EP037. 숙제: 가게에서 가격 물어보기

비오는 날 꾸리다밧 산책

by 에스더

2024.09.19. (목)


요즘 한국에서 아침으로 사과에 땅콩버터를 발라먹는 게 유행이라길래 궁금해서 사온 땅콩버터에 또 궁금해서 도전해 본 노란 사과를 잘라 바나나와 함께 먹었다. 원래 땅콩버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특별한 맛은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아침에 사과만 먹었을 때 보다 포만감이 있었다. 오늘도 연구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남은 과제(숫자 읽기)를 마무리했다. 은행에서 한 시간 기다리고도 숫자 못 알아 들어서 번호표 순서 넘어가던 사람은 이제 없는 것이다!(사실 아직도 100 단위 숫자는 헷갈린다.)


수업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더니 망고 아주머니(mango con chile)가 계셨다. 전에 친구 한 명이 이거 너무 좋아해! 하기도 했고 학생들이 꽤 줄을 서있길래 나도 같이 서봤다. 망고? 맛없없아닌가. 앞 친구가 소스를 전부 추가하길래 오.. 나도 같게 해 줘 or 제너럴 옵션으로 해줘! 표현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는데 예상 밖의 알 수 없는 질문을 하셔서 아주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망고 타입부터 골라야 했다. 그저 todo.. todo.. 하다가 신망고+소스왕창+칠리파우더왕창+라임조합으로 맵고 시고 짜고 난리가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땀 삐질 삐질 흘리며 집으로 가져가 전부 물로 헹구기까지 했는데도 못 먹겠는 거 있지? 다음 주 즈음 고마운 친구들에게 무난히 김치부침개나 제육볶음을 해줘 볼까 생각했는데 이런 걸 즐겨 먹는다면 입맛이 많이 다를 수 있겠다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싶었다.


아침에 사과를 자르다가 아래층 사는 친구가 오후에 따로 계획 없으면 옆동네 산책을 다녀오자고 해서 오늘은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으로 마지막 파스타를 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세 시 즈음 함께 건물을 나섰다. 그라니사도(granizado)를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난 이미 일요일에 먹어봤지~그렇지만 또 이곳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또 얼음을 간 것이 아니라 더 먹기가 쉬워!라고 한다. 일요일에 다른 친구들이랑 그라니사도를 먹으러 카페에 갔을 땐 꼭 얼음을 갈아 만드는 곳을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는데 또 이런 슬러쉬 기계파가 있나 보다.


오늘 스페인어 수업에서 쇼핑에 대해 배워서 옷가게에 가 긴치마, 짧은 치마 가격 물어보고 한국과 비교하기, 신발가게에서 하이힐, 샌들 가격 물어보고 한국과 비교하기 과제를 받아왔다. 그래서 그라니사도를 먹으러 가는 길에 몰에 들려.. 가격을 물어봤을까? 물어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점원이 따라다니면 너무 스트레스받는데 내가 직접 찾아가서+스페인어로+얼마예요? 할 수 있을 리 없다. 다행히 가격이 아래 다 붙어 있어서 찍어두고 친구에게 내가 ¿Cuánto cuesta este vestido corto? 물어볼 테니까 대답해 봐! 해서 처리했다. 다른 국가에 있는 한국분들 말을 들어보니 이제 점점 직접 가서 하는 과제들이 많아질 거라고 하는데 비 안 오는 날(없음)만 생활 과제 내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 동네도 잘 모르는데 옆 동네 한 바퀴 돌며 (비 다 맞으며) 여기저기 꼼꼼히 소개해주는 친구.. 사람들 조심하라고 하길래 내가 지금까지 만난 티카티코들은 다들 너무 친절하고 착하다고 하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니까 그에 맞는 사람들만 따라오는 거라고 말해주는 아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카페들도 봐두고 꽤 오래 걸어왔는데 DIY 그라니사도는 바로 편의점 슬러쉬였다. 근데 이제 연유와 파우더 밀크를 취향에 맞게 뿌릴 수 있는.. 친구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연유와 파우더 밀크를 정말 정말 많이 뿌리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그라니사도 달달 max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추가하고, 옆에 연유통이 따로 있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쉽지 않은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 치킨을 주문해서 먹겠냐는 친구의 연락을 놓쳐서 아보카도 덮밥을 만들어 먹어버렸다. 이곳 사람들 따라다니다 보니 디저트에 습관이 들었는지 그리고서도 또 디저트를 먹고 싶길래 낮에 씻어 놓은 칠리 망고를 하나 꺼내먹고 이게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넌 먹을 자격이 없다! 정신 차렸다. 그렇게 책상에 앉으려고 했는데 또 누워버렸지? 오늘 자정 즈음에 면접 사전테스트가 있어서 잠들면 안 되는데 한창 비 맞고 다니다가 와서 밥 해 먹고 샤워하고 이불을 덮고 있으니 (지금 보니 잠이 안들 수가 없는 환경이다) 노곤노곤 눈이 감겼다.


잠들면 안 돼!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서 친구추 Baby Reindeer을 켜서 프로페소라 조언대로 영어 듣기+스페인어 자막으로 보다 영국 영어에 스페인어가 막 때려서 결국 1화까지만 보고 한국 유튜버가 정리해 준 영상으로 엔딩까지 봐버렸다. 그러고도 사전 테스트까지 한 시간 남아서 혹시 몰라 알람을 맞췄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고 알람을 듣고 깼다. 큰일 날 뻔. 급하게 줌을 켜고 그램의 화질이 빨개진 눈까지 담지 못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대기했는데 테스트 시간 2분 전에 갑자기 와이파이가 끊겼다. 이럴 줄 알고 사전 테스트의 테스트까지 했는데.. 그래도 예전이랑 다르게 핫스팟이 끊기지 않고 잘 연결되어 짧은 사전 테스트를 마쳤다. 아빠랑 사전 사전 테스트 때 이 정도면 집에서 면접 봐도 되겠는데? 했는데 영 안 되겠다. 한 번 깨니까 또 깨버려서 빨개진 눈으로 아빠랑 한창 얘기하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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