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푸딩(Arroz con leche) 도전
2024.09.18. (수)
네, 어제 양 조절 실패로 점심 저녁 모두 파스타 먹어야 하는 날이죠? 남은 사과와 바나나를 먹고 집을 나섰다. 요즘엔 의류, 액세서리의 종류와 색들을 배우고 있다. 단/복수 구분까진 이해가 가는데 (아니 사실 단수인지 복수인지에 따라 형용사까지 달라져야 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성별은 도대체 왜 나눠놓아서 귀찮은 일을 더하는 걸까? 수업을 듣고 파스타를 덥혀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이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는 곳 가까이에 앉아 어떻게 주문해 먹는 것인가 관찰하며 먹었다. 내일 즈음엔 한 번 도전해보려 했는데 서브웨이처럼 하나하나 골라야 하는 걸 보니 다음 주에 누구든 약속을 잡고 한 번 붙어서 같이 해봐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가 노트북 배터기도 없고 밖에 천둥이 치기 시작해서 지난주부터 결심한 빨래에 도전해 보고자 일찍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집에 가기가 싫어졌다. 요즘 새 동네 생활에 적응한 건지 이 기약 없는 onboarding 기간에 지친 건지 바다에 가고 싶어! 국립공원에도 가보고 싶어! 하는 생각만 잔뜩이다. 하는 일 없이 여유는 없어서 막상 찾아보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집 근처 플라자라도 가보자 싶어 옆 동네까지 가서 어쩌다 또 장을 봐왔다. 이렇게 매일 장 볼 거면 사 먹는 게 낫지 않나? 재밌잖아~
머리로는 교회에서 받아온 밥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일요일에 먹었던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구경만 하려 했는데 토마토에 땅콩버터, 사과, 바나나, 납작 복숭아(?), 망고스틴(?), 뷰러(!)에 라이스푸딩(!)까지 담아버렸다. 납작 복숭아는.. 유럽 여행 가면 다들 먹어본다는데 저는 유럽에 살면서도 한 번도 못 먹어봐서 궁금해서 사봤고요, 망고스틴은 그냥 맛있으니까요. 뷰러는 놓고 와서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속눈썹을 못 올려봤고요..(일본 여행 가서 동양인 눈의 곡률에 맞는 어쩌고 공부까지 해서 사 와놓고 이렇게 일 년동안 만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라이스푸딩(두 배의 가격에 제로 슈거 라이스 푸딩도 팔고 있어서 여기도 제로 슈거 음식이 있다는걸 처음 알게되었다)! 몇 번이고 친구 어머니가 만드는 라이스 푸딩에 대하여 들어서 너무너무 궁금했다. 혹여 쏟아질까 가방에 넣지도 않고 소중하게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타이밍 좋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에서 그동안 밀린 빨래거리를 모두 들고 내려왔는데도 여전히 세탁기가 텅 비었다. 캐리어 하나에 들고 오면 얼마나 많이 들고 왔겠는가. 빌딩 주인이 타이완 사람이라 그분에게 타이완 코인을 구매해서 넣으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쓸 수 있는데 네 개가 필요하다고 했지? 하고 네 개를 넣었다가 빨래가 돌기 시작하고서야 2개는 세탁기에 2개는 건조기에 넣어야 했음을 깨달았다. 세제는 얼마나 넣어야 하는가? 어쩌다 보니 호주 생활 이후로 처음 돌려보는 세탁기다. 그땐 액체 세제팩을 하나 넣으면 되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종이컵 반 컵 정도 넣으면 된다고 하는데 종이컵이 없다. 그냥 넣어~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스페인어 수업 시간에 추천받은 Respira를 틀어놓고 라이스푸딩을 먹어보았다. 한국인 입에는 쌀이 단 게 낯설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쫄았는데 맛있는데! 호주에서 먹었던 중국 디저트(Yomie's Rice X Yogurt-이름 모름)가 생각났다.
그렇게 생각의 흐름으로 전에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코스타리카 친구가 한 명 있었던 것이 생각나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아쉽게도 친구는 프랑스로 석사를 밟으러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내일 재단 면접 사전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엄마 아빠랑 줌으로 연결해 사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아빠가 초반엔 살 빠지는 걸로 걱정하더니 고새 살이 쫌 붙은 것 같다고 했다. 몸무게를 못 재서 정확히는 몰라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면서 남은 라이스 푸딩을 전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