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3. 카공의 소중함

IRP 퇴직연금 계좌에 개인 이체하기

by 에스더

2024.09.25. (수)


요즘 스페인어 수업시간에는 árbol genealógico, 가계도 안에서의 단어들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동사의 변형과 같은 문법적인 부분을 배울 때 괜히 더 배움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한 마디라도 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런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수업들이다. 문법은 괜히 말끝만 흐리게 만든다. 모를 땐 그냥 원형으로 지르고 보는데 괜히 아주 조금 배우고 나니까 변형에 확신이 없을 땐 웅얼웅얼하게 된다. 과제 중 일부로 한국의 유명한 가족의 가계도를 스페인어로 설명해야 했는데 떠오르는 게 삼성가 밖에 없어서 찾아보다가 나조차 잘 몰랐던 사실들을 여럿 알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는 친구와 같이 카페에 일하거나 공부하러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많이들 하는 '카공'이나 카페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본인이 일할 수 있는 어딘가 찾아왔다고 했다. 어떻게 찾았냐고 하니 틱톡으로 찾았다고 했다. 이곳에선 틱톡을 많이들 사용한다. 뭔가 한국에서는 틱톡이라고 하면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의 느낌인데 여기선 인스타그램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 데에 사용하는 것 같다. 다들 나보고 왜 틱톡이 없냐고 해서 그냥 좀 더 어린 친구들이 쓰는 거 아닌가..? 했더니 너 아직 어리니까 틱톡 빨리 시작해!라고 해서 나도 깔아봤다. 그렇지만 카페에서 노트북 피고 일할 수 있다고? 믿을 수가 없어서(지금 생각해 보니 뭐 믿을 수 없을 것까지야 싶긴 한데) 노트북은 집에 두고 책을 하나 다운로드하여 아이패드를 들고 같이 집을 나섰다. (허둥지둥 집을 나서는 사이에 패드를 떨어뜨렸다가 한쪽 구석이 찌그러져서 잠깐 속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어차피 끝까지 내가 쓸건데 여기 살짝 찌그러진 게 뭔 상관인가 싶었다-김창완 아저씨가..찌그러져도 동그라미 어쩌고..-. 지금 문제는 한국에 남겨두고 왔더니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플립이다!)


항상 타는 그 버스를 타고 센트럴로 나와 미술관 겸 카페 겸으로 사용되는 작고 아늑한 공간에 도착했다. 실제로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노트북을 펴고 일할 수 있었다! 노트북을 갖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런 공간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확인한 곳으로 좋았다. 아포가토를 주문하고 (친구가 아포가토가 뭐야? 하고 나도 먹어볼래 하고 따라 시켰지만 단+단+단을 좋아하는 로컬 친구 입맛엔 충분히 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에스프레소를 붓는 이유인걸.. 덜 달라고!)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해보았다. 친구는 인턴십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보고 너라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는데 새삼 친구라고는 했지만 맞아 스무 살이지! 싶었다. ㅂㅋ잡아주지, 한국에서처럼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니까 카페 찾아주지, 코국 음식 만들어주지 하니까 잊고 지냈다.


사실 패드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다가오는 면접도 준비하고 여러 가지 하고 있으니까 10분 단위로 뭐 하는 거야? 이건 뭐야? 하고 친구가 궁금한 게 많아서 사실 효율적으로 무언가 하진 못했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남은 마파두부를 먹으려고 했는데 새롭게 열린 우리 층 부엌의 냉장고가 충분히 차갑지 않아서 마파두부가 상해있었다. 사실 혀가 둔해서 상했는지 아닌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건 확실히 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쉽지만 대신 지난번 슈퍼에서 사 와서 아껴두던 까르보 불닭 볶음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괜히 실망했다. 내가 알던 바로 그 맛이었는데 먹지 못하는 지난날 사이에 괜히 유튜브로만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환상만 커졌던 것 같다. 아 맞다 그냥 이런 거였지? 하고 먹고 그렇게 먹어보고 싶었던 마라 로제 찜닭의 납작 당면도 덜 궁금해졌다.


오늘의 목표는 IRP 퇴직연금 계좌에 개인 입금을 하는 것이었다. 그냥 단순한 이체 한 건인데 정말 쉽지 않았다.

1단계. 미래에셋에서 IRP 한도를 높인다.

->실패: 상담원이 평일 8-17시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한국 시간을 기다린 건데 안되니까 또 이번에는 내 핸드폰에 설정된 시간 기준 8-17시에 해보란다. 그래서 또 하루를 넘겨 코스타리카 아침 시간에 다시 시도해서 성공했다.

2단계. 토스 계좌에서 미래에셋 IRP 계좌로 이체한다.

->실패: 토스 계좌에 이 변경된 한도가 인식되려면 이번엔 또 한국 시간의 8-17시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또 하루를 기다려서 이체를 시도하였더니 토스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한국 명의 핸드폰 인증 등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신 카카오페이를 통해서 1회 한도 금액을 채워 여러 차례 나누어 토스계좌-(카카오페이)->미래에셋 IRP 프로세스로 이체까지 성공했다.

3단계. 미래에셋 IRP 계좌로 etf를 구매한다.

->이건 또 미국장 시간에 맞춰 미국 etf를 사야 하는 건지 한국장 시간에 맞춰 미국 지수를 따르는 한국 etf를 사야 하는 건지 머리 아프다. 이체까지 성공했으니 이건 나중으로 미뤄버려.(미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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