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힘나시오(체육관) 방문기
2024.09.24. (화)
아침에 점심 도시락 미리 까먹기가 유행이다(나 혼자). 이번주에 한 번 뭐든 직접 주문해서 먹어 보고 싶었는데 냉장고에 먹을 것이 많아 어렵겠군.. 했지만 이미 대부분 처리했다. 그래서 오늘은 도시락 없이 출근해서 점심은 SODA(매점?)에 도전해 보았다. 학생 식당은 이것저것 옵션이 많이 어려워 보였는데 여긴 빵만 고르면 되길래 또 조금 더 용기 내서 쿠키까지 해냈다. 다들 아무 데나 앉아서 먹거나 또 눕거나 하길래 나도 나무 아래 앉아 보았다. 따뜻하게 데워주신 샌드위치를 한입 왕 먹는데 그 순간 새가 응가를 하고 지나갔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데 하필 지금? 그렇지만 밥 위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그냥 팔이라서 다행이야~ 닦고 맛있게 빵을 먹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슈가프리였던 쿠키까지 전부 먹고 일어났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고만! 학생식당 딱 기다려라.
루틴대로 도서관에 와서 과제를 하다 보니 좀 피곤하기도 하고 달달한 것을 먹고 싶기도 해서 어제 갔던 그 카페에 다시 와봤다. 이제 얼굴을 아는 언니가(아마 언니 아닐 듯) 오 또 왔네!(하는 얼굴로) 웃어주셨다. 모카프라페 하나를 주문하고 언니가 또 걱정되는 목소리로 스페인어로 숫자를 똑똑히 읽어주고 부르면 와! 해서 자신 만만하게 (아니 나 숫자 다 안다니까?) Sí~하고 자리에 왔는데 sesenta-setenta를 잘못 들어서 음료 가지러 갔다가 언니가 안타까운 얼굴로 아직 아니야!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다음 순번으로 음료를 받아와서 마시면서 오늘은 한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냥 뜨는 청약만 가끔 보면서도 20대+미혼으로서 청약은 가능성이 없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무료 로또 사는 마음으로 하나 넣어보려다 자격 요건을 꼼꼼히 읽어보니 국내 거주자 요건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오랜만에 여러 어플을 다 꺼내놓고 뭐라도 해보려 했지만 한국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 뭐 하나 되는 게 없었다.
저녁엔 친구가 같이 헬스장에 가서 줌바 수업을 듣자고 했다. 본인 플랜에 한 달에 다섯 번 친구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요건이 포함되어있어 가자 가자 하다가 드디어 오늘 가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비가 내렸지만 ATM에서 돈도 뽑고 버스를 타고 헬스장에 도착했다. 헬스장을 구경할 새도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 넓지 않은 공간에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 산페드로 젊은이들 다 여기 모였나 싶을 정도로 많았는데 친구 말로는 오늘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인기가 많아서 오늘 유독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오기 전부터 본인이 더 좋아하는 선생님은 다른 동네 헬스장에서 오늘 수업을 하는 게 거기 갈래? 물어봤지만 그냥 가까운 곳으로 오게 된 것인데 이 선생님은 엉덩이를 털어주는 것을(한국말로 쓰니까 이상하다.) 좋아해서 피곤하다고 했다.
처음 온 사람? 해서 손도 들고 이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놀람 포인트 3가지: 1. 모두가 이미 춤과 노래(가사까지)를 이미 알고 있다. 2.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미친 에너지, 그리고 3. 모두에게 엉덩이가 있다.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지르는 거지만 몸에 에너지가 넘쳤다. 거기다 나는 잘 보이지도 않는 선생님 동작 보고 따라 하느라 바쁜데 옆 사람 뒷사람 모두 선생님 쪽은 보지도 않는다. 이미 모두가 노래의 가사와 수업에서 추는 춤을 알고 있었다. 친구가 경고한 대로 엉덩이를 많이 터셨는데, 열심히 따라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게 내 동작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으로 그냥 엉덩이가 없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한국에 있을 땐 바지를 살 때 오히려 약간 스트레스 요인이기도 했는데 이곳에 와서 둘러보니 그럴 필요도 없는 편에 속했다. 없는 거 있는 거 끌어다 따라 하다가 친구 남자친구가 일찍 데리러 왔다고 해서 먼저 체육관을 빠져나왔다(사람들이 다같이 우우우 도망간다~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한국의 거래시간이 되어서 채권이자로 금을 쪼오끔 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