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5. 장학 재단 면접

제발 인터넷만 안 끊기게 해 주세요

by 에스더

2024.09.27. (금)


그날이 왔다! 인터뷰가 처음 잡혔을 때부터 가장 먼저 떠오른 인터넷 걱정에 집에서 근무하는 친구(=높은 확률로 좋은 인터넷을 지녔을 것)에게 나 다다음주 금요일에 너네 집에서 면접 좀 봐도 돼? 하다가 금토일 친구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사실 지난번 사전 테스트 때 해보니 핫스팟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친구 집에서 지내보기로 했다. 비도 오고 오후 일정도 있어 오늘은 연구소에 가지 않고 핫스팟으로 수업에 접속했다. 사실 오늘은 수업을 들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나 self-assessment 하는 날이라 혹시 수업을 스킵할 수 있으려나 잠깐 기대했는데 그저 간단한 설문조사라는 선배 한국인 분들의 후기와 달리 1. 사전 쓰지 말고 2. 책도 보지 말고 3. 아는 단어로만 내용을 작성하라는 프로페소라의 말에 설문 내용보다 작성 자체에 큰 난관에 부딪혔다. 그렇게 한창 짧은 단어 단어로 내용을 작성하고 이후 이어서 평소와 같이 시간을 채워 수업을 했다. 처음에는 스페인어 1:1 수업이라니+주 5일이라니 감사하다! 했지만 한 달 만에 지쳐버린 나.


수업을 듣고 면접 준비와 짐을 챙기는 시간을 여유롭게 갖고 한 3시 즈음 출발하려고 했지만 점심을 먹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2시가 넘어 있었다. 짐을 챙기고 슬 디디를 불러볼까 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폭우가 쏟아졌다. 그에 맞춰 실시간으로 오르는 택시요금..호다닥 우버를 타고 친구 집에 도착하였다. 친구 어머니와 동생이 따뜻하게 마주해 주셨다. 그 순간 번개가 치면서 정전. 정전이요? 저 인터넷 때문에 온 건데! 익숙하게 캔들을 찾아와 불을 붙이는 순간 불이 들어왔다. 항상 캔들에 불을 붙이면 그 순간 전기가 다시 들어온다고 했다. 설마 이따 면접 중에 정전되진 않겠지 약간 걱정되는 마음으로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과 신나게 인사했다.(사실 한 마리는 밖에서 지내고 한 마리는 나만 보면 짖고 한 마리는 나를 무시해서 두 마리의 강아지-사실 개다-랑만 함께 놀 수 있다.)


저녁으로 피자를 먹기로 해서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내려와서 피자를 주문해 놓고 마트에 음료를 사러 왔다. 어머니께서 꼭! 환타 중에서도 코스타리카에만 있는 맛이 있는데 그것 작은 것을 하나 사 오고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 콜라 큰 것을 사 오라고 하셔서 두 가지를 사서 피자를 픽업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레모네이드와 함께 페페로니 피자(맛있었다!)와 치즈 피자를 먹었다. 사실 원래 피자를 먹을 때 빵 끝 부분을 잘 먹지 않는데 (죄송합니다.) 집 밖에서는 양해를 구하거나 입 안으로 넣어버린다. 그렇지만 굳이 영어->스페인어로까지 양해를 구하지 말자! 싶어서 갈릭딥을 찍어 전부 입으로 넣었다.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아빠가 봤으면 기특하다고 해줬을 거야. 그렇게 곧 면접 시간이 되어서 친구네 집 안의 사무실로 가서 면접을 준비했다.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서 걱정되었지만 생각해 보니 10분인데 뭘 크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행히 10분간 인터넷은 끊기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질문 없이 무난하게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느낄 수 있었다.. 불합의 기운을! 지원자 중 학생들이 많은데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꼭 장학금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면접 전에는 학생들과 함께 장학금을 위해 면접을 보고 있는 건지 몰랐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아직 결과는 모르니까. 다시 어머니 집으로 넘어가서 phase10이라는 우노와 루미큐브를 결합한 카드게임을 했다. 내가 고른 게임이었는데 phase10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감기는 눈을 힘겹게 뜨고 차라리 빨리 이겨서 게임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각 강아지는 각 집으로 흩어지고 나도 손님방에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빠르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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