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6. 주말 피크닉으로 폐병원 방문

그리고 드디어 승마장!

by 에스더

2024.09.28. (토)


다들 보통 이른 시간에 일어난다고 해서 나도 아침에 밍기적 거리지 않고 거실로 나왔는데 벌써 다들 역시나 가요삔또를 먹고 있었다. 가요삔또.. 어딜 가든 아침으로 똑같은 가요삔또를 먹는다. 누가 한국에서는 아침에 보통 뭘 먹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선 아무튼 누구든 아침은 밥과 콩에 계란을 먹는 가요삔또다. (맥도날드에서도 가요삔또를 판다!) 콩에 대한 두려움을 약간은 극복했지만 여전히 찾아먹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날이 아니면 사실 가요삔또를 접할 일이 없다. 그렇게 두 번째로 먹게 된 가요 삔또였는데 놀랍게도 지난번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였을까 나의 코국 적응도였을까.


오늘은 원래 친구와 함께 국립공원에 가기로 했었는데 친구 회사에서 주말 미팅이 갑작스럽게 잡혀서 일정을 바꾸어 멀지 않은 곳의 폐병원(?)을 가자고 제안해 주었다. 폐병원에는 왜 가는 걸까 온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근교 나들이는 어디든 언제든 즐거우니까 좋아! 하고 친구 미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미팅에 친구는 먼저 다운타운으로 가서 네일을 제거를 하고 나와 친구동생과 어머니 셋이 택시를 타고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택시가 너무 안 잡혔는데 친구 집이 시내에서 좀 위쪽에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어제가 월급날이라 사람들이 다 놀러 나와서 평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어렵게 잡은 택시를 타고 네일숍으로 갔더니 시간이 많이 떠서 친구는 할로윈 기념 네일을 새로 받았고(!) 친구 동생은 곱슬머리케어를 받는다고 했다. 그렇게 나와 친구 둘이서만 Sanatorio Durán라고 하는 예전 결핵 환자들을 격리하고 치료하던 요양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한 시간 가량 가는 내내 길이 구불구불 고불고불 난리였다. 그럼에도 왼쪽 슉 오른쪽 슉 운전하는 친구 덕분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난 탓에 오는 길에 잠들 뻔했지만 약간의 스릴 덕에 뜬 눈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내내 고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는데 찾아보니 해발고도 2300미터가 넘는 지역이었다. 덕분에 시원하고 공기가 맑았고 또 그래서 여기서 나는 딸기가 유명하다고 했다.


도착하고 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에 놀러 오는지 알게 되었다. 사실 폐병원 자체에는 큰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근처 풍경이 너무 멋졌다. 분지처럼 평지가 크고 작은 언덕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바로 옆에 소들도 함께 있었다. 사실 병원을 둘러보는 사람들보다는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친구 어머니랑 동생이 어제밤에 으스스한 곳이라고(귀신 관련 썰을 많이 들려주셨다.) 했는데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로 옆에서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어서 또 친구가 하나하나 전부설명해 주었는데 그중 항상 길에서 팔고 있길래 궁금했던 노란색 바퀴모양 과자를 사 먹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화산에 가볼까 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시 산호세로 돌아왔다.


친구에게, 내가 한국에서부터 이곳에 와서 어디에서 살게 될진 몰라도 말은 꼭 타고 싶다고 생각해서 구글맵에 찍어뒀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너희 집 근처더라고! 이야기해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말이 있는 곳에 가보게 되었다. 원래 내가 알아본 곳은 주말엔 열지 않아서 그 옆에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곳도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바로 앞에 소의 우유를 짜고 있는 아저씨가 들어가 봐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들어가서 말도 구경하고 말을 타는 곳도 한 바퀴 둘러봤다. 말뿐만 아니라 소도 기르고 토끼, 닭, 강아지를 키우는 농장이었다. 강아지(개)가 우리가 돌아다니는 내내 가이드 마냥 우리를 따라다녔다. 생각보다 말이 정말 많았는데 한 서른 마리는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친구와 함께 온 김에 여러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사람은 없어서 아쉽지만 다시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는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피자를 데워먹고서는 또 바로 몰을 구경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생각보다 큰 쇼핑몰을 한 바퀴 돌면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또 코스타리카에서 초등학생 때 읽는다는 책들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저녁으로는 친구가 직접 코스타리카식 타코를 해주었다. 토르티야에 고기를 말아 튀기고 그 위에 양배추를 가득 쌓아 소스를 뿌려 먹는 식이었다. 친구는 저녁 시간이라고 양배추도 안 올리고 작은 타코 하나만 먹었는데 하루종일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많이 안 먹는다. 나는 왜이렇게 많이 먹을까?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던 여동생과 어머니가 영화를 보자고 해서 센과 치히로를 함께 보았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심지어 일본 영화인데, 어떻게 함께 영화를 보는가? 최소 예상한 것은 일본어로 듣고 스페인어 자막을 띄우면 아 나 이전에 여러 번 봤던 영화니까 일본어 알아들을 수 있어! 하고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막을 빠르게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 스페인어 음성을 틀어두고 영화를 본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어 애니를 보며 스페인어로 듣고, 영어로 자막을 띄워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빙은 주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같은 곳에 들어가고 보통은 자막을 띄우는데 이곳에는 대부분의 시리즈나 영화에 스페인어, 그것도 라틴아메리카 스페인어 버전으로 목소리를 입힌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쓰담쓰담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영화를 끝까지 보고 오늘도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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