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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15. 2024

EP050. 미션: 헬스장 등록하기

학생식당과 요가원 상담, 첫 고기 구매

2024.10.02. (수)


 학식 먹기가 도전 정신이 필요한 영역이라니. 그냥 이거요! 하면 음식을 주시면 좋겠는데 뭔가 학생들이 아주머니와 소통하며 밥을 받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10월은 도전의 달!(방금 정함.) 메인 학생식당은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로스쿨 옆의 작은 식당으로 와서 메뉴를 보니 almerzo, 점심이라는 뜻이지! 좋아 일단 수업 시간에 하루 루틴을 공부하면서 배운 단어이다. 1. pollo caribeño, 2. lasaña de carne molida, 3. torta de zanahoria 세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2. 라자냐가 뭔지는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라자냐 주세요! 했더니 라자냐만 줄까, 전부(?)로 줄까? 하시길래 전부 주세요.. 했더니 트레이 들고 오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메인 메뉴 전에 밥과 콩, 야채 등을 골라야 했다. 작고 귀여운 스페인어와 손짓 눈짓으로 콩을 빼는 데 성공하고 메인 메뉴로 라자냐까지 받아 들곤 carambola con arroz라고 하는 새로운 음료까지 도전해 보았다. 이름에 쌀이 들어가니 약간 식혜 같은 것인가 했던 음료는 계피맛으로 실패였지만 밥은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오늘의 메인 미션인 학교 앞 헬스장에 등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알아보면서 1.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과 2. 등록하기 전에 póliza라는 보험 비슷한 것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금을 뽑기 위해 근처 atm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한 편의점 안에 있는 atm기에 도착하였지만 또 한 번 현금 찾기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코국 카드인데 왜? 억울했지만 포기하고 옆에서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보니 내 뒤로 줄줄이 모두 출금에 실패하는 것을 보고 그냥 기계 이슈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수수료를 내고 다른 은행 atm기에서 출금할 수밖에 없었다.


 헬스장에 등록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한국에서부터 찾아봤던 요가원을 지나왔다. 그래서 불쑥 들어가서 이번 달 안내도 듣고 수업 장소도 둘러봤다. 사실 헬스장 등록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실패하면 요가원이라도 등록해보려고 했는데 매트가 없다면 매번 수업을 들을 때마다 매트 대여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걸렸다.(주 2회 수업 옵션과 추가금을 내고 무제한 수업을 듣는 옵션의 차이가 크지 않아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는데 매번 매트비가 발생하면 수업마다 변동비가 붙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등록하면 이번주 토요일 특강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일정이 있어서 듣지 못하는 것이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 달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다시 헬스장으로 향했다.


 먼 길 돌아와 마주한 리셉션에서 직원은 내가 코스타리카에 와서 본 사람들 중 가장 불친절한 티카였다(당신 왜 안 하는가, 푸라비다?). 혹시 영어로 말해도 될까? 했더니 노! 스페인어만 한다! 하길래 짧은 단어단어로 소통했더니 인상을 쓰면서 뭐? 뭐? 해서 더욱 쪼그라들었다. 쉽지 않게 인터넷으로 보험도 구매하고 인적사항도 작성해서 냈는데 거기에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보호자나 지인의 상세 정보를 적어 내야 했다. 지난번 집 계약할 때 대리인 정보를 입력해 줬던 친구가 생각나서 양해를 구하고 겨우 제출했다. 친구 없으면 운동도 못합니까용? 사실 근처 사는 친구가 학교 헬스장은 장학금 받는 학생들에겐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진짜 많다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정말 그 좁은 헬스장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이 많았다.


 월초 등록 기간인 데다 지금 다들 수업이 끝난 시간이기도 하고 어차피 기구를 활용한 무게 운동은 잘 안 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 회로를 돌리며 ciclismo 사이클링 수업을 들으러 왔다. 붐비는 헬스장에 비해 막상 그룹 수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세 명이서 그 넓은 스피닝 수업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아까 그 리셉션 직원이 퇴근하고 와서 같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괜히 마음이 꽁했다가 반대로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이런 대학이나 청소년 수련관 같은 곳에 등록할 때 사람들이 빡빡했던 것 같아서 그냥 이 분도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한 명인가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 다른 헬스장 체험의 여파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한 시간가량 스피닝만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오늘은 많은 것에 도전하고 해냈지! 이 기세를 몰아서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고기 사기에 도전해 보았다. 왜 그냥 포장된 고기가 없는 것일까. 포장해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 맛있음. 이렇게 써붙여주세요. 아저씨에게 가서 나 타코를 만들고 싶다! 타코를 위한 고기를 달라! 했더니 뭔가 꺼내시면서 얼마큼 줄까? 하시는데 사실 몇 g이 1인분 인지도 모르는 나. 그래서 그냥 손으로 이만큼..? 그냥 알아서 줘! 했더니 적당~히 알아서 주셨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조리하면 될지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았지만 이해할 수 없어서 웃으면서 끄덕끄덕해 드리고 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걸 어떻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적당히 익힌 뒤 찢고 잘라서 그전에 친구가 해줬던 타코를 떠올리며 또르띠아에 고기를 말고 튀긴 뒤 위에 샐러드를 왕창 뿌리고 소스를 뿌려서 먹어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맛있음에 방금 운동한 칼로리 이상을 전부 다시 채웠다. 다음번엔 제육볶음용 고기를 사는데 도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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