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카사바칩
2024.10.04. (금)
아침 7시에 있는 acondicionamiento fisico integral 수업을 들어가 볼까 고민하다 수업 이름부터 무서워서 침대랑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8시에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로 했다. 생각보다 강도 높은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곧장 연구소로 향했다. 이번 주의 마지막 스페인어 수업을 들은 뒤 이제는 어렵지 않은 학식(오늘의 메뉴: fetuccini con pollo salsa blanca와 te frio)을 먹고 잠시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인 분들과 캐치업 콜을 했다. 지난달부터 매달 초에 근황을 나누는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한 달이 정말 금방 흘렀다.
그리고 2시에 헬스장 선생님과 만나서 운동을 배우고 루틴을 짜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에 이어 또 한 번 헬스장으로 향했다. 갑자기 며칠 만에 1일 2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번 다른 헬스장 일일 체험 때도 그렇고 선생님을 자주 만나서 무슨 시스템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도선생님과 만나서 루틴을 짜고 그 루틴대로 한창 운동을 하고 또 필요하면 신청해서 선생님을 만나서 새로운 루틴을 배우는 게 코국 헬스장 국룰이었다.
상담을 위해 간단한 인바디를 쟀는데 이곳에 온 지 약 한 달 반 정도 지나고 처음 재보는 몸무게라 약간 긴장되었다. 특히나 초반에 뭘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야위어가던 시즌을 지나 이제 한창 살이 붙고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걱정과 달리 다행히 몸무게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그 숫자와 같았다. 그런데 이제 체지방은 좀 걱정인.. 엑? 하고 놀랐더니 표를 보여주면서 완전 정상범위라고 해주셨다. 그렇게 한 네 개 정도의 운동을 배우고 나름 앱에 등록해 주시면서 앞으로 그룹 클래스를 듣기 전이나 후에 이 루틴대로 운동하도록 말씀해 주셨다.
운동을 하면서도 줄곧 뭔가 이 금요일을 기념하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는 우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Mall San Pedro에 가보기로 했다. 이 몰은 코스타리카에 처음 생긴 미국식 쇼핑몰이라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말 잘 들으면 이 몰에 데려가준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의 존재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비슷하거나 더 큰 몰들이 여러 개 생겨서 전과 같은 의미는 없어졌다고 했다.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운동복 그대로 몰로 향했는데 낮 시간대라서 그런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이 들렸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내 이름을 들을 일이 없으니 또 다른 스페인어구나 하고 가려는데 정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교회분이셨다. 여동생분의 가게가 있어서 나와 계셨다고 했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 그래도 여전히 금요일다운 무언가 하고 싶어서 마트에 들러 카사바칩과 맥주 한 캔을 집었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맥주 한 캔 마셔본 적이 없다. 사실 한국에서도 술은 잘 안 마시지만 재미있잖아! 집으로 돌아와 스페인어 선생님의 추천으로 요즘 보고 있는 넷플릭스의 Respira를 보며 맥주와 칩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제로콜라도 한 병 사 올걸 조금 후회했지만 그것이 바로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