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마당의 아보카도 나무에서 아보카도 따기
2024.10.05. (토)
토요일에도 분명 수업이 있는데 보는 시간표마다 시간이 달라서 고민하다 8시 30분에 헬스장에 도착했다. 학교 앞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사람이 적었다. 그리고 10시에 수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개인운동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어제 쌤이 운동 루틴을 짜줘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었다. 기구 운동도 하고 맨몸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10시에 우버를 타고 교회에 도착했다. 지난주에 걸어왔을 땐 거의 2시간이 걸렸는데 차를 타고 오니까 10분 밖에 안 걸려서 좀 억울하기까지 했다.
교회에서 돌아가며 점심을 준비하시는데 이번 주가 친구 순번이라고 해서 같이 돕기로 했다. 항상 한국 음식을 위주로 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현지 음식 중 arroz con pollo라는 메뉴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냥 볶음밥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준비가 필요한 음식이라 전날 와서 준비하기로 했다. 당근과 그린빈, 양파, 피망을 모두 작게 썰어야 했다. 양파를 까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그리고 엔살라다를 위한 양배추를 아주 얇게 썰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옆에서 코스타리카 친구는 아주 빠르고 얇게 썰었는데 로컬만 가질 수 있는 스킬이라고 했다.
재료를 준비하는 사이에 점심으로 스파게티(파스타 아니고 그 스파게티!)를 해주셨는데 두 접시나 먹었다. 그리고 다 같이 아보카도를 따려고 교회 뒷마당으로 향했다. 친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아보카도를 털어주었다. 그 바로 옆에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를 보고 다른 나라에 와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양손 무겁게 아보카도를 들고 사모님의 초대로 목사님 댁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한국어로 된 스페인어 문법책도 챙겨주셨는데 요즘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는 재귀동사(?)를 한국어로 읽으니까 또 달랐다.
보통 arroz con pollo에 감자칩과 콩페이스트를 같이 먹는데 한국인들은 콩을 잘 먹지 않고 또 감자칩을 밥과 같이 먹지 않으니(밥과 과자를 동시에 먹을 수 있다니! 항상 내 소원이었는걸.) 조금만 준비하자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이 마트에 가서 감자칩을 샀다. 마트든 어디든 10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로 가득 채워졌다. 할로윈:크리스마스=1.5:8.5 비율로. 친구 덕분에 집까지 잘 도착해서 저녁으로 스파게티 먹고서도 아까 누가 이야기했던 디저트 생각이 계속 났다. 그래서 귀찮음을 이겨내면서까지 오가면서 항상 궁금했던 싶었던 집 앞 베이커리로 향했다. 비가 엄청 내리는데 그 사이를 뚫고 이 브라우니를 사 오는 게 맞나 싶었지만 그렇게 구해온 두 개의 디저트까지 끝내버렸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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