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바나나 쉐이크로 돌아온 딸기
2024.10.06. (일)
약속한 새벽 시장에 가기로 한 날이다. 여섯시반 시장에 도착해 아침을 먼저 먹었다. 잠깐 가요삔또의 위협이 있었지만 세비체와 튀긴 고기, 그리고 생선을 먹었다. 세 개를 어떻게 다 먹죠? 했는데 아주 전부 먹어버렸다. 너 어제 파스타 먹고 또 브라우니까지 먹고 잤잖아! 그리고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아주 장바구니 넘치게 받아버렸다. 혹시 오늘이 크리스마스인가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과일들과 또 어제 따온 아보카도를 나누어 담아서 건물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었다.
외출 준비를 하고 나니 오늘 미리 가서 식사를 준비하자고 한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정이 있어 당일 준비 일정에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친구에게 미리 말해두었다. 오늘이야말로 버스를 타고 교회에 가보기 위해 한 시간 반 전에 집을 나섰다. 문제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기까지 해야 하는데 이게 버스가 정확히 언제 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버스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로 나를 데려다 줄지도 미지수이다. 탈 때마다 ~~ 로 가는 버스 맞나요? 하고 타는데 그 뒤의 기사님들의 길게 이어지는 대답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왜 버스 앞 창문에는 숫자 대신 정류장 이름을 적어두는걸까? 카드 결제 시스템은 적용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늘이라도 당장 100번 버스! 하고 앞에 크게 써주실 수는 있는 것 아닙니까?
약 20분간의 기다림 끝에 첫 버스를 타고 아주 긴장했는데 다행히 내가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이 넘도록 서있어도 내가 생각하는 버스가 오지 않았다. 큰 가전제품매장 앞에 오픈 전부터 서있다가 시간이 지나 오픈까지 했는데 오래 서있었더니 한 할머니께서 너 여기서 일하는 애냐~ 물어보시기까지 했다. 아뇨.. 버스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식사준비는 둘째치고 예배까지 드리지 못할 것 같아 두 번째 버스는 결국 포기하고 또 우버를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에 도착해 친구 어머니께서 안아주시면서 ¿Cómo está? 하셔서 엉엉 안 좋아요 안 좋아! 하면서 걸어온 짧은 스페인어를 이어서 구구절절 말씀드리니 친구가 픽업 와달라고 전화하지!했다.
예배를 드리고 끝나기 직전에 나와 배식을 준비했다. 친구가 후식으로 시나몬롤까지 준비해 왔는데 또 다른 분이 빵을 준비해주셔서 풍족한 식사가 되었다.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새벽부터 일찍 나와 조금 피곤해서 집에 돌아가 쉬기로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친구가 아까 나눠준 딸기를 갖고 딸기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서 방에 가져다주었다. 내가 스무 살 때 누군가에게 딸기를 받았으면 그걸로 딸기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서 돌려줄 생각을 했을까? 기특해~
저녁이 되기까지 늘어지다 겨우 화장을 지우고 씻었는데 지난주 일요일에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해 주신 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다시 메이크업을 하고 나왔다. 어제도 너무 많이 먹고 오늘도 이미 너무 많이 먹어서 정말 저녁은 안 먹으려고 했는데 고기 아니었으면 안 불렀어! 하시는 말씀에 달려 나왔다. 어렸을 때 빕스였나.. 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은데 넌 꼭 그것만 계속 먹더라! 하던 그 립이었다. 또 페스티벌 때 판매하실 거라고 이것저것 음료를 만들어 마셔보라고 주시는데 달달하고 맛있어서 액상과당까지 가득 채워버렸다. 그리고 이곳저곳 코국에 왔으면 꼭 여행해야 해! 하는 곳들을 추천해 주셔서 구글맵에 잔뜩 담아왔다. 언제쯤 누구랑 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