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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20. 2024

EP055. 한국어 시험 감독 OT

울지마 바보야!

2024.10.07. (월)


 카톡! 하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김가네 방일 거라 생각했는데 토요일에 있을 한국어 시험의 감독을 부탁하는 연락이었다. 이번주 금요일은 아르헨티나 공휴일로 처음으로 스페인어 수업이 없는 날이라 목~일 처음으로 근교에 다녀와볼까 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저녁을 보내고 있는 엄마아빠와 이야기하는데 꼭 필요하니 부탁하시는 것 아니겠냐고 도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에 다시 연락드려서 여행은 취소하고 이번 주말에 감독관 일일알바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지금 당장 출발해서 도시 반대편에 있는 호텔로 OT 겸 조식을 먹으러 오라고 하셨는데 오전에 스페인어 수업도 있고 출근 시간에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버스를 타고 교회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차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이로써 갑자기 토-일-월 3일 연속 교회에 출석한 사람이 되었다.


 당장 어제 집에서 교회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너무 고생한 데다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학교 근처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후딱 준비하고 나서 보았다. 그렇게 앱이 가리키는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잘못된 버스였고 중간에 내려서 다시 다른 버스를 기다렸다. 그렇게 출발한 지 거의 한 시간이 흘러 결국 우버를 불렀다. 우버에서 처음으로 운전하시는 분이랑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서 잠시 뿌듯했는데 출근 시간대라 차가 막혀서인지 아니면 스페인어 강습비로 받으신 건지 처음 컨펌했던 금액의 두 배가 찍혀서 나중에 앱으로 문의를 남겨보았지만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답을 받았다. 교회에서 다른 분들을 만나 OT 장소로 이동했다. 조식을 먹으며 간단한 OT를 듣고 원래 로비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 기다려주실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셔서 차라리 빠르게 연구소 동네로 돌아오기로 했다.


 연구소에서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나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이제 겨우 점심이었는데 뭔가 하루를 이미 다 지나온 느낌이 들었다. 너무 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처음으로 과제가 없는 대신 나가서 사람들과 스페인어로 대화하고 오라는 프로페소라의 말씀이 생각나서 다시 센트럴로 나가 카페에 앉아 할 일을 했다. 지난번에 다른 분들이랑 함께 왔던 카페였는데 오늘은 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주문하고 또 나중에 얼음도 더 넣어줘! 말할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 잠시 뿌듯했다가 곧 눈물이 났다.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다. 언제나 무엇이든 혼자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직도 징징거려야 마음이 좀 나은 걸 보니 멀었다.


 그래도 집에 있지 않고 나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조금 늦은 김에 5시 수업을 포기하고 6시에 있는 AEROBICO INTERMEDIO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쉽지 않게 헬스장으로 향하면서 왜 intermedio가 붙었을까? 궁금했는데 곧 알게 되었다. 딱 네 명이서 수업을 들었는데 다들 이미 모든 동작을 숙지하고 진도를 나가는 형식이었다. 오늘 이미 충분히 힘든데! 그래도 수업을 하면서 다들 아주 치얼업을 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모녀지간의 두 분이었다. 수업 내내 오구오구 해주시고 수업이 끝나고도 다음 월요일에 꼭 또 와라! 해주셔서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 했더니 너~처음 수업인데 이 정도면 너무 잘한 거야~해주셨다. 오늘 먼 길 가서 조식도 먹고 점심도 잘 챙겨 먹어서 저녁은 스킵하려 했는데 결국 빵에 피넛버터에 바나나까지 올려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서야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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