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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20. 2024

EP058. 폭풍을 뚫고 얻어낸 갓 튀긴 엠파나다

코스타리카 산호세 한식당 첫 방문

2024.10.10. (목)


 여섯 시에 눈이 떠져서 조금 밍기적거리다 일어나 딸기 바나나 우유를 만들었다. 돌아다니기에 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는 아빠에게 밝고 맑은 하늘 사진을 보내주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7시 필라테스 수업 선생님이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에 이어 스페인어는 어땠어?라고 물으셔서 기계적으로 잘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라고 답했는데 지난번 필라테스 수업 때 스페인어는 괜찮았는지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언제든 모르겠거나 물어볼 게 있으면 손들어! 하셔서 끄덕끄덕끄덕. 요 선생님 수업은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그냥 몸을 푸는 느낌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기구 운동을 조금 하는데 바닥에 죽은 ㅂㅋ를 보았다. 다들 바로 옆에서 그냥 열심히 무게를 들길래 나도 눈 감고 내 운동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운동을 마치고 바로 수업 듣는 건물로 향하려다가 어제 서브웨이에서 주문하는데 집중하느라 메뉴 사진을 충분히 찍지 못한 것 같아 학교 앞 서브웨이에 들렀다. 그냥 사진만 살짝 찍으려고 했는데 샌드위치걸이 뭐 먹을래! 물어봐서 어.. 그냥 쿠키만 하나 먹으려고.. 하고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또 앞 친구가 젠틀하게 쿠키걸 먼저 가~줄을 양보해 줘서 예정에 없던 쿠키만 하나 먹게 되었다. 와중에 어떤 맛을 고를지 또 결정하지 못하고 한창 고민하니까 새로 나온 솜사탕맛(!) 쿠키를 먹어보라고 추천해 줘서 얼렁뚱땅 핑크색 쿠키를 받아 들었다.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니 유방암 예방 펀드레이징을 위한 쿠키였다. 지난번에 성공한 뒤로 용기를 얻은 '혹시 인터넷 사용할 수 있니?' 물어보고 와이파이 비밀번호까지 얻어 아침에 만들어온 딸기 바나나 우유까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을 듣기 위해 연구소 건물로 돌아왔는데 사무실에 처음 보는 연구 교수님이 있었다. 대화하다 보니 나의 출신 대학교와 지금 이 연구소가 하는 프로젝트의 이전 담당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우리 학교 본관 배경의 사진이었다. 순간 내적 친밀감이 폭발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했다. 내일은 아르헨티나 공휴일(Día del Respeto a la Diversidad Cultural)이라 수업이 없고 오늘이 이번주의 마지막 수업이라 금요일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 과제로 서브웨이에서 찍어온 영상을 보여드렸더니 즐거워하는 프로페소라의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음식과 관련된 단어를 배웠다. 아직 아주 기초 단계지만 벌써부터 약간 코스타리카와 아르헨티나가 사용하는 단어가 서로 다르고 또 책에서 사용된 스페인의 스페인어 단어가 또 달라서 헷갈리는 중.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래층에 사는 친구가 엠파나다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같이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심하게 내렸다.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나섰지만 분명 걸어서 5분 거리라 했는데 카드 결제 시간을 보니 집에서 출발한 지 40분이 지나서야 주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주문하기 전에 치차론 고기와 멕시칸 고기 중에 고민하고 있으니 맛보기로 치차론 고기를 손바닥만 하게 썰어주시길래 받아먹었다. 맛있었지만 이건 맛봤으니 멕시칸 고기+모짜렐라 엠파나다로 주문했다. 그리고 친구는 horchata라는 음료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달달한 arroz con leche의 음료 버전 느낌이었다. 그 사이에 또 비가 그쳐서 집으로 돌아와 씻고 파파야를 먹고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시간이 벌써 네 시에 가까웠다. 호딱 준비해서 나왔는데 또 비가 내리길래 센트럴까지 슬슬 걸어가 보려던 계획은 접고 결국 버스를 탔다.


 저녁 약속 시간 전에 잠깐 일할 카페를 찾아뒀었는데 비가 와서 그냥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의 스타벅스에 왔다. 어제 서브웨이의 오늘의 샌드위치에 이어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하는 데에 성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배운 음식 관련 단어들을 정리하고,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의 부탁으로 고양이를 잠시 봐주고(예전에 언니 집에서 냥냥펀치 맞았던 기억에 조금 졸았는데 아주 애교냥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다닥 청바지도 올라탈 줄 아는..) 한국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전에 사무실에 매일 출근할 때 오가는 길에 보았던 한식당이라 궁금했는데 제육볶음에 순두부찌개에 장어구이까지 전부 먹었다! 그리고 이후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애플파이와 밀크셰이크까지 먹어버린..김동글 그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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