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피가 철철
2024.10.11. (금)
오늘까지 고양이를 봐주기로 해서 저녁 운동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아침 7시에 acondicionamento fisico integral헥헥 수업에 가기로 했다. 사실 뭔지 모르고 왔는데 크로스핏처럼(크로스핏 해본 적 없음) 짜주시는 운동을 여러 개 돌아가면서 하는 수업이었다. 어제 먹은 만큼 열심히 운동하고는, 시간 되면 이어지는 필라테스까지 듣고 가라는 강사님 말씀에 고민하다 이제 주말 내내 오지도 못할 텐데 몸이나 풀고 가자 싶어서 앉았다. 몸만 푸는 다른 필라테스 선생님과 달리 코어를 제대로 훈련시켜 주시는 수업을 듣고 남은 힘을 모아서 겨우 헬스장을 나설 수 있었다.
9월 첫 주에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이 있었는데, 오늘 처음 Día del Respecto a la Diversidad Cultural라는 아르헨티나 공휴일로 프로페소라가 쉬어야하니 수업이 없었다.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분들이 각 나라 공휴일보다 아르헨티나 공휴일이 더 기다려진다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외출 준비 후 어제 실패한 카페로 걸어가려는데 또다시 비가 왔다. 그래서 오늘도 또타벅스행.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늘의 커피 한 잔 주세요~하고 에스더용! 하려는데 알바 언니가 (아마 언니가 아니었겠지) 내 이름을 기억해 줬다. 그렇게 받아 든 컵에는 'Lo mejor esta por venir♡(더 좋은 일들은 아직 오는 중..?이라고 이해함.)'이라고 적혀있었다. 나에게만 적어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빈 시간 사이에 밀린 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제 샤워 하는데 괜히 도자기 괄사를 갖고 들어갔다가 떨어뜨려서 한순간에 와장창 깨졌는데(되돌아 생각해 보니 근시일 내에 한 번 즈음 일어났을 일이었다.) 그중 한 조각이 깨지면서 다리를 스쳐서 피가 많이 났다. 처음에는 상처가 작아보여서 깨진 것들만 잘 치우면 될 줄 알았는데 피가 너무 많이나면서 지혈이 안되어서 놀랐다. 나중에 피를 닦아내고 보니 다친 곳이 깊게 파여있었다. 오늘 운동하는데 다리를 보니까 여기저기 상처에, 멍에, 모기 물린 자국에 성한 곳이 없어서 우리 아빠가 봤다면 또 잠을 못 이뤘겠거니 싶었다. 아니 눈 뜨고 보면 잠 못 잔다고 엄마한테 소독하고 연고 발라달라고 해! 했겠지. 더 좋은 일들은 아직 오는 중인가보다.
마데카솔을 바르고 이게 맞나 싶었지만 한국에서 몇 장 챙겨 온 치이카와 밴드를 그 위에 붙였다. 오늘 고양이를 보러 같이 가시는 분이 약국에서 소독하는 약품과 제대로 된 밴드를 챙겨주셔서 다시 제대로 치료할 수 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몸을 와구 굴리다가 와다닥 다리를 올라타는 고양이를 만나 밥도 주고 나도 멋진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코스타리카에 와서 처음으로 일식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 누군가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는지 물어보셨다. 하하하 처음으로 수업이 없는 금요일을 맞아 꼭 어딘가 다녀오고 싶었는데 여전히 산호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좀 아쉽지만 더 좋은 일들은 아직 오는 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