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순례길
2024.10.09. (수)
오늘따라 연구소가 멀게 느껴져서 침대 밖을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같은 건물 친구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오늘은 그냥 집에서 수업을 듣기로 했다.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그 사이 시간에 방도 치우고 주말에 만들었던 arroz con pollo도 데워먹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음식에 대하여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제로 서브웨이에 가서 나만의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미션을 받았다. 서브웨이.. 가보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서워서 못 가고 있는 걸 어떻게 아시고 이런 과제를 주시다니!
친구와 함께 행정일을 처리하고 비장하게 서브웨이로 향했다. 사실 뒤에 믿을 구석(친구)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덜 비장했음. 처음 빵 종류부터 물어보는데 사실 이것부터 이해 못 했지만 눈치코치 빵을 골랐다. 그리고 치즈를 고르는데 사실 치즈 종류는 한국어로도 잘 모른단 말이야! 손으로 이케 저케 가리키고 대망의 채소 섹션과 마주했다. 아까 친구를 기다리면서 서브웨이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주문하는 단계까지 클릭해 보며 미리 공부해왔지! 사실 보통 입에 거슬리는 할라피뇨만 빼고 모든 채소를 다 넣는 편이긴 한데 그럼 배운 단어를 사용할 수 없으니 양배추, 토마토, 올리브... 하면서 하나씩 올리고 마지막에 치폴레와 BBQ 소스까지 얹었다. 계산하면서 여기서 먹을 건지 가져갈 건지 물어보는데 너무너무 빠르게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어서 친구를 쳐다보니 대신 para llevar 해주었다.
건물로 돌아와 트로피와 같은 소중한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으며 한참 친구랑 떠들었다. 친구는 얼마 전에 봤던 은행 인턴십에도 합격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인턴십과 둘 중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스타리카에는 8월 2일에 카르타고에 있는 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 los Ángeles 성당으로 걸어가는 순례길 속에 기도한 것이 이루어지는 풍습? 믿음? 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카르타고, 그중 친구가 이야기한 성당은 바로 옆동네라 다른 지역에서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보다 비교적 쉽게 도착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 크크 친구도 지난 8월에 남자친구와 함께 이 길을 걸으면서 취업에 대한 기도를 했다고 한다.
방으로 돌아와 준비하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사실 월요일에 춤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스피닝 선생님이랑 마주쳐서 에스더! 왜 안 와! 하시길래 스페인어 숙제가 많아서 시간이 안 맞았어. 내일 꼭 올게!라고 하고 어제도 아침 필라테스만 해버려서 오늘은 비가 많이 오지만 꼭 가야겠다 싶었다. 지난주 수업처럼 너무 지칠까 봐 강도 두 번 올리라는 걸 한 번씩만 찔끔 올리면서 따라가니 또 체력이 남아서 수업이 끝나고 잠깐 개인 운동을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장을 봤는데 배 고플 때 장 보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다. 새로 산 와플로 저녁을 먹고 결국 화이트 초콜릿 코팅 오레오에 우유까지 마시고 잠들었다. 먹으려고 운동하시는 거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