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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24. 2024

EP065. 누가 10월에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래요

누가 한국인한테 한국어로 챗GPT 검색한다고 혼내래요

2024.10.17. (목)


 바보! 아침 7시 필라테스 수업이었는데 8시 수업으로 착각했다. 7시 55분에 도착했더니 수업을 하고 계시길래 무슨 수업이든 항상 5분에서 10분 늦게 시작하면서 오늘은 웬일이지? 하고 매트랑 공을 가져와서 사이에 껴서 옆 사람을 따라 눕는 순간 이게 마무리 동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망해~ 아주 자연스럽게 나만의 운동을 하려고 누워본 척 수업이 끝나고도 한창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개인운동을 하면서 왠지 이상하게 오늘 아침에 도시락까지 챙길 시간이 여유롭더라 생각했다. 심지어 용과+바나나+우유까지 갈아왔다고~?


 운동을 마치고 연구소로 와서 스페인어 과제를 하면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 온 치즈+토마토+바질+크래커를 전부 먹어버렸다. 오늘 수업 시간에는 과제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꼭 먹으라고 추천해 줄 음식 세 가지와 특정 음식점을 소개하는 과제를 했는데 발표를 마치고 갑자기 선생님이 내 화면을 공유해서 발표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달라고 했다.


 사실은 한국어로 내용을 작성하고 챗gpt한테 스페인어로 말해봐라! 한 다음 내가 모르는 표현들은 아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 것이었는데(왜냐면.. 지난번에 멋지게 과거 시제 썼다가 선생님이 에스더 혹시 번역기로 과제하니~? 하고 걸렸기 때문에) 또 혼날까 봐 먼저 스스로 스페인어로 작성하면서 중간에 모르는 표현만 한국어로 쓰고 챗gpt한테 물어본다.라고 바꿔서 말했다. 이 정도면 안 혼나겠지? 흥.. 챗gpt한테 왜 한국어로 말 거냐고 혼났다. 그리고 챗gpt한테 말 거는 대본까지 작성해 주셨다. 안녕, 나는 코스타리카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야. 나는 스페인어를 익히고 있으니까 간단한 단어로 답변해 줘. ~~는 뭐야? -> 또 못 알아듣는 단어로 대답함->그럼 XX는 또 뭐야? 챗gpt는 맥락 속에서 답변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이렇게 대화해 나가라고.. 흥 제 직업이 그거거든요.. 그거였거든요.. 이젠 전생 같이 느껴지는 한국에서요..


 수업을 마치고 갑자기 내일 시험 보는 사람이니까 스스로 보상해 주기 위해 (뭘 했다고?) 오랜만에 타코벨을 다시 찾았다. 세트 메뉴 중 juernes라는 전에 못 보던 메뉴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목요일이라서 목금요일(?)이라는 세트 메뉴를 팔고 있는 것이었다. 나 이제 콩 뺄 줄 알아 sin frijoles를 열심히 체크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나초 위에 또 콩 페이스트를 올려주었다. 그렇지만 이미 메뉴를 건네준 분이 너무 친절하게 살사 추가로 줄까~? 하는 말에 SíSí 하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콩까지 먹어버렸다. 그렇게 또 저녁으로 나눠먹으려고 생각했던 부리또까지 먹어버리고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았다. 와중에 오는 길에 간식 자판기에서 초코바 뽑아 먹음.


 그렇게 어렵게 자리 잡고 앉아 복습을 하는 척만 하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집을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상가에 대형 크리스마트 트리를 꾸며둔 것을 보고 9월 독립 기념일만 끝나면 바로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 시작한다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집에 와선 정말 책을 보려고 했는데.. 동생이랑 함께할 계획 세우는 것에 갑자기 들떠서 한창 스카이스캐너만 새로고침하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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