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원데이 투어 신청 완!
2024.10.24. (목)
아침 운동을 가야 하는데, 어제 빤 운동화가 아직 안 말랐다. 사실 필라테스는 그냥 맨발로 하니 샌들이나 다른 신발을 신고 헬스장에 갈까 하다가 오늘은 헬스장 대신 센트럴까지 걸어가는 걸로 유산소를 대신하기로 했다. 10월의 첫 gimnasio 결석!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하는데, 선생님이 ¿Cómo fue?라고 하시길래 bien bien 하는데 자꾸 아니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수업 시간엔 아직 현재 시제로만 이야기하는데 웬일로 과거 시제로 말하시지? 하면서도 왜.. 운동하고 나면 맨날 ¿Cómo fue?라고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그거 얘기하는 거 아냐? 했더니 fue가 아니라 jefe라고! 하셨다. 어제 프로젝트 시작이 늦어지면서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본인 jefe(상사)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그걸 또 그분이 나의 jefe에게 이야기했다는..(그리고 이것이 곧 나비효과로 돌아온다.)
없는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늦어지는 게 은행 안에 어떤 누가 깔고 앉은 게 아니라 안팎으로 계약서를 주고 받고 하면서 수정하고 검토하는걸 몇 개월째 반복하고 있어서 그런 거래!라고 추가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아득해서 그냥 감사한 마음을 담아 gracias gracias 했다.(아니 쓰다 보니까 이상해서 추가 설명 안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도 잠시. 요즘 나의 동네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는데 올 것이 왔다.
바로 길거리 나가서 길 물어보기! 이미 같은 길을 거쳐가신 한국인 분들에게 너무 하기 싫은데 어떡하나요.. 해서 같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ayuda! 외치라는 팁을 받고 옆 방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에게 이거.. 스페인어 과제인데.. 요 근처 레스토랑이나 카페 가는 방법 좀 설명해줄래? 해서 인증 사진까지 찍었다. 그렇게 간단하지만 무거웠던 과제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아직도 그 우울할 때 만든 음식 다 못 먹어서 도시락 먹음) 오늘의 운동으로 센트럴까지 걷기 시작했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눈을 뜨기 힘든 정도였다.
한 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카페에서 어제에 이어 파타고니아에 대해 열심히 찾다가 너무 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이번 주말에 원데이 투어를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어로 소통하는 게 걱정되었는데 언젠간 마주해야 할 일이니 멀지 않은 곳으로 다녀오는 곳을 골라 문의하고 디파짓까지 성공적으로 입금하였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발걸음하지 않은 사무실의 동료에게 팀즈가 왔다. 다음 주 수요일에 본인 팀에서 할로윈 행사를 하는데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심사 위원으로 같이 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이 친구는 이따금씩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봐주는데 하필 그제 우울하던 중이라 너무 상황이 애매해서 가끔 쫌 힘들다! 했더니 이렇게 챙겨준 것이었다. 근데 또 이렇게 되니까 사무실까지 가기 좀 귀찮아진.. 그러면서 내가 있는 층은 사람도 너무 없고 조용하니까 사무실도 좀 더 자주 나오고 자기 팀이 있는 층에 와서 같이 일하자! 해주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같은 그룹이지만 다른 회사 사람이다. 그래서 쓰는 층도 다른 건데, 각 나라 오피스 별로 다르겠지만 코스타리카는 확실히 우리 층은 공공 기관이랑 주로 일하고 나이대가 좀 있어서인지 사람 수도 적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끔 가서 스페인어 수업 들으면 민망한 정도..) 그에 반해 아래층은 사기관이랑 주로 일하는 기구라서 인지 좀 젊은 사람들이 많고 더 밝은 분위기이다. 고마우면서도 사무실까지 가기 귀찮아서 생각해 보니 이 친구도 일주일에 단 한 번 출근함. 그리고 따지고 보니 동생이랑 같은 나이다. 이 자식은 내 카톡 답도 안 하는데..
그리고 저녁으로 중식당에 갔는데 쿠차이나 이야기를 했다가 갑자기 중국어 토킹 타임이 마련되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지하철에서 외국인 보면 영어로 대화해 봐! 해서 싫어! 했다가 혼났는데.. 중국어 너무 오랜만이라 상해 도착하자마자 첫날 외웠던 我在上海学习汉语两个多月。 밖에 안 떠올라서 내뱉었다가 아주머니께서 ¿Le gusta 上海?로 시작해서 중국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 말씀하시는데 정신이 아득해졌다. 앞으로도 어디 가서 한중일영스 한다고 하지 않고 하나씩 긁어모아서 겨우 1개 국어라고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