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한 입씩 먹는 멋진 어른이 되어.
2024.10.23. (수)
이러다 내일도, 모레도 우울해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잠깐 걱정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니 바로 리프레쉬되었다. 여러 차례 봤던 영화도 또 까먹고 맨날 새롭게 보는 나인데 이 작은 마음 하나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오늘은 어때?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사실 어제오늘 정말 특별히 한 일이 없어서 나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해버렸다. 사실 정말 마음이 그렇다기보다는 뭐라도 말해야 해서 프로젝트 상황이 이러하고 지난 8월부터 상황이 이렇다. 하니 진지하게 들어주시면서 언어 교환 모임도 추천해 주시고 (그런데 이제 코스타리카에는 있을 리 없는..) 다른 국가에 있는 한국인들과도 많이 교류하며 지내라 하셨다. 어느 정도 진심도 섞여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꺼낸 이야기인데 같이 고민해 주시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ㄲㄷㄹ 프로페소라 탈출 기원 n일차.. 하고 있었는데 죄송할 정도였다.
수업을 듣고 갑자기 요아정이 먹고 싶어졌다. 사실 한국에서도 퇴사 직전에 사무실에서 셋(치이카와 해적단)이 둘러앉아 먹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요아정이었는데 어제 치이카와 생각을 해서인지, 유튜브에서 해쭈가 한국 방문기! 하면서 요아정을 먹어서인지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Yogur helado를 검색해서 Moyo 모요~라는 프랜차이즈를 찾았다. 역시 출발 전 만반의 준비를 위해 토핑이나 사이즈 옵션을 공부하는데 호주에 지낼 때 엄청 유행하던 fro yo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 한국에서 요아정이 유행할 때 이게 언제 적 fro yo인데 이제서 난리? 했는데 확실히 요아정은 좀 다른 느낌이다. 좀 더 단단한 fro yo에 K-고퀄 토핑.
그렇게 메뉴 공부 후 모요가 있다고 찍혀있는 동네까지 먼 길 걸어왔는데 모요의 흔적도 없는 주택가였다. 와중에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그냥 돌아와 동네에 있는 모요에 왔다. 사실 집 근처에도 몰에도 하나 있는 것을 알았는데 지난번에 이 몰에 갔을 때 사람들이 없어서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던 것인데 오늘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알고 보니 수요일은 모요에서 원플원을 하는 날이라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2x1가 2+1인 줄 알고 살았는데 2x1는 compra uno y llévate dos로 하나 사면 두 개 줍니다! 였다. 나는 하나만 먹겠다는데 자꾸 맛을 두 개 고르라고 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하나 값으로 두 개를 준다는 것보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준다가 더 직관적이고 기분 좋지 않나?
베이스 아이스크림을 고르는데 그냥 요거트 맛이요.. 그냥 하얀 맛이요.. 그럼 바닐라요.. 아니면 우유요..? 했는데 자꾸 그런 것은 없다고 해서 (왜요? 그게 기본 아닌가요?) 결국 타로와 딸기 맛을 먹게 되었다. 양손에 토핑을 잔뜩 올린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돌아가며 한 입씩 먹는 멋진 어른이 되었다. 가 아니고 그냥 친구가 없어서 아이스크림 두 개 먹고 배탈 나는 사람이잖아요. 사실 먹다 보니 배탈은 무슨 단 하나였다면 서운할 뻔했을 양이었다. 금방 두 컵의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캠퍼스로 돌아와 도서관에 앉았다. 우울하면 공부나 하라는 F라고 주장하지만 T가 확실한 아빠의 말에 한국에서 갖고 온 책을 가방에 들고는 왔지만 실수로 스카이 스캐너를 열었다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한창 갈지 말지도 모르는 여행지에 대해 찾아보다가 운동 수업 시간이 되어 헬스장에 왔다. 수요일 저녁 수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인데, 한창 탈탈 털리며 운동하다 보니 와 어제 울 시간에 그냥 나와서 운동이나 한 번 더 할걸! 싶었다. 운동을 마치고 어플을 열어보니 딱 어제만 활동량이 극한으로 부족했다. 덜 움직여서 우울해진 건지, 우울해서 덜 움직인 건진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