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보 이상 걷지 않으면 우울해진다는 자가 실험 결과
2024.10.22. (화)
금요일, 월요일 이틀에 걸쳐 본 시험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읽기, 쓰기 시험에서는 동사 변형에서 몇 개의 오답을 적었고 마지막 메일 답장 쓰기는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오랄 시험 피드백. 세 개의 파트 중 첫 두 파트에 대해서는 칭찬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평소에 좋아요. 네. 아니요. 이렇게 말하더니 아주 시험이라니까 말을 줄줄 길게 잘도 한다고 평소에도 그렇게 좀 말해라! 하셨다.
그렇지만 마지막 파트였던 롤플레이..무슨 여행에 당첨되면 같이 가고 싶은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질문을 이해 못 하고 뜬금없이 자기소개해서 감점받았다.(그렇지만 만약 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가고 싶다면요?) 이후 시험 총평을 메일로 보내주셨는데 번역기에 넣어보고 나서야 시험 결과에 과분한 따뜻한 말씀을 잔뜩 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따뜻한 프로페소라 사이에 언어 장벽이 너무 커서 그 따뜻함을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또 시험에 대하여 코멘트하거나 질문이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평소처럼 노! 했더니 코멘트해라. 하셔서 시험을 위해 공부하면서 첫날 수업했던 영상을 봤는데 선생님이 계속 읽어보겠니? 읽어보겠니? 하시는데 제가 못 알아듣고 눈만 깜빡 거리더라고요..(눈을 깜빡거리다? 당연히 스페인어로 말 못 함. 열심히 바디 랭귀지.) 선생님께 아주 감사드리고 또 아주 고생하셨지만 abcd도 모르는 저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거시니까 제가 너무 당황스러웠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말도 하네요.. 하니까 그런 챌린지가 있어야 빠르게 성장하지~ 지금 이렇게 잘 읽잖아! 하고 훈훈 시간을 가졌다.
어제 늦게 집에 돌아오고 또 아침 운동 때문에 일찍 일어나 나왔더니 피곤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 쉰다는 게 하루종일 퍼져버렸다. 그 과정 속에서 우울해져서 눈에 물이 막 나오려고 해서 부엌에 와서 쓸데없이 요리를 했다. 이것저것 계속 계속 만들다 보니 내일모레 먹을 것까지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나서야 방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우울해서 그냥 울었다!
집에 전화해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니까 나는 이제 겨우 두 달이라고 하지만 엄마 아빤 벌써 두 달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선택이니 그 누구도, 무엇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아빠도 약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옆에서 엄마는 그냥 건강하게만 있다 오면 된다고 말해주는 게 큰 위로가 되었다. 열심히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자서 과하게 건강하긴 하니까..
고등학생 때 입시가 끝나고, 한창 입시 중에 부모님께서 대학 못 가면 다 같이 떡볶이 집이나 하자! 했던 게 엄청 위로가 되었다고 얘기했었는데 사실 안심시키려고 했던 거짓말이었다고 했다. 건강만 하다 와라! 하는 엄마의 말씀도 또 거짓말일지도 모르는 일임.
지난번에 다친 발목의 상처에 아직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데, 아침 운동 가기 전에도 새 밴드를 찾아 붙였다. 오늘따라 우사기, 치이카와, 하치와레 세 명? 세 마리? 가 아자잣! 하고 있는데 치이카와 해적단(이라고 하는 사무실 친구들.. 동료들.. 이 있었다..)이 잘할 수 있어! 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그저 마곡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 그들.. 아마 그러게 제가 가지 말라고 했죠?라고 할 그들..
근데 갑자기 윤리팀(이전 회사의 정도경영팀이랑 비슷한 곳)에서 지난 번에 진행한 퀴즈 이벤트에서 내가 3등을 했다고 Kudos를 통해 축하 포인트를 넣어줬다. 나는 윤리팀이 윤리 강령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퀴즈도 스페인어 단어 하나 하나 찾아가며 풀었는데 country office 전체에서 3등을 하다니 의아하다. 혹시 윤리팀의 diversity 정신에 알맞게 에스더 3등으로 올리자 해준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