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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07. 2024

EP079. 반짝반짝 무지개 네일 받기

그런데 이제 자동차 사고 현장 앞에서 진행 되는..

2024.10.31. (목)


 분명 코스타리카는 공산품은 비싸지만 인건비는 저렴해 사람 손으로 하는 무언가는 비싸지 않다고 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핑계들을 끌어모아서 1. 10월을 잘 보냈고(잘의 기준: 건강) 2. 11월 잘 보낼 거고 3. 지난 여행에서 너무 고생했고 4. 할로윈이고 5. 스페인어 연습할 수도 있고..(?) 예약까지 마치고 오늘 수업이 끝나고 네일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여유롭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이 끝나고 집까지 달려가서 점심을 먹고 또 바로 달려 나와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큐티클 정리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피를 봤다! 아야.. 아야..


 그래도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 위에 나의 예상과 다른 컬러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가 서로 합의했던 디자인은 이런 형광 핑크가 아니었잖아요? 그렇지만 아 네 좋아요 하하.. 하며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게 바로 앞에서 큰 소리가 났다. 차 사고가 난 것이었다. 사고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차 한 대가 유턴을 하면서 그 뒤의 다른 차랑 부딪혔는데 그 사이에 오토바이까지 껴있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와 구경하기 시작했다. 우리 네일 가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어디 가세요..


 곧 자리로 돌아와서 이어서 네일을 받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고 현장에 진전이 없었다. 신고->경찰, 필요하면 병원 이송->사진, 현장 파악->차량 이동 순으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네일을 하는 동안 경찰은 결국 오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차도 도로 두 개의 차선을 막고 한가운데 그렇게 놓여있어서 다른 차들이 오고 갈 수가 없었다. 한 30분이 지나서야 앰뷸런스 한 대가 도착해 사람을 싣고 갔다. 다시 한 번 이곳에서는 면허증을 꺼낼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이 손톱 컬러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삼키고 삼켰는데 알고 보니 마지막에 반짝이를 위에 문지르는 타임이 있었다! 그걸 고려해서 가운데 그러데이션도 대충 넣고 컬러도 좀 쩅한 걸로 고른 것이었나 보다. 휴~아직도 손톱 아래가 빨갛게 따가웠지만 생각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한국 네일샵과 다른 점은 사진을 너무 열심히 안 찍는다는 것이었다! 예쁘게 찍어서 올려야 또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러죠!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부터 챙겨 온 공주세트를 주섬주섬 꺼내서 하하 나 사진 좀 찍어줘~ 했더니 너 생일이야? 아니.. 그냥 가져와본 건데..


 옆 동네까지 나온 김에 집으로 가는 길에 장을 봐서 샌드위치 네 개나 만들고 또 콘치즈를 만들어 먹었다. 내일 하루 세끼 샌드위치만 먹어도 괜찮나 싶어서 챗gpt 선생님에게 상담했는데 빵만 통밀빵으로 바꿔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멋진 조언을 해주셨다. 그렇게 넷플릭스를 보며 멋진 손가락으로 샌드위치를 들고 먹는데 눈에 들어온 오른쪽 엄지 손가락.. 어째서인지 이미 탑코트가 벗겨져서 당장 내일 AS 받으러 가게 되었다. 멋진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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