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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Aug 20.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소회(2)

2006.1.11 진가신 감독 'Perhaps Love'


아마도 사랑... 인가?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거기까정밖에 표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랑 영화는 너무나 달콤해서, 또는 너무나 씁쓸해서, 때론 너무나 가벼워서, 또 너무나 무거워서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뭐든...

이 영화를 택해서 본 단 하나의 이유는 뮤지컬 영화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주인공의 투명한 피부와 땡그랗고 맑은 눈과 깡마른 몸매에 반해서랄까. 음... 지진희의 출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역시 삽입된 뮤지컬이었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 상, 주인공들은 현실에서는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반면, 그들이 찍고있는 뮤지컬 영화 속에서는 감정들을 억제하지 않고 드러낸다.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조우. 이 설정은 세 남녀 주인공들이 객관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관객들 또한 거리를 두고 세 사람의 감정을 판단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영화 속 주인공들과 자신들을 일체화 시키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



10년 전, 성공을 위해 사랑했던 남자까지도 버릴 수 있었던 손나(주신 분). 그런 손나에게 버림받고 이를 악물며 차근차근 복수의 준비를 해왔으나 복수에 따르는 진실이 드러날까 무서운 지엔(금성무 분) "진짜 두려운 건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여기서 금성무는... 뭐랄까...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한 인상이었다. 연기 등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독의 상업적인 전술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음... 실제로 영화 캐스팅에서부터 비롯해 뮤지컬 영화로 화려하게 꾸민 점이나... 상업적으로 신경썼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이 많았으므로.) 어쨌든 막강 금성무, 지엔의 반대편에 서 있는 니웨의 역으로 장학우를 선택한 것은 진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자신의 영화가 점차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영화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을 고민하던 니웨(장학우 분), 게다가 연인 손나의 과거를 알아버리고는 뮤지컬 안에서 분노를 터트린다. "넌 나 없인 아무것도 아냐!" 아~ 역시 장학우였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홍콩 원조 4대 천왕 중의 한 사람인 장학우... 그는 아직 죽지 않았었다. 마치 오페라의 유령을 방불케하는 그의 연기, 그의 노래, 장학우의 스펙이 팍팍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우리의 지진희씨도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자칫하면 붕 떠버릴 수도 있는 요상한 끊긴 필름 배달천사 몬티. 저마다 삶의 주인공인 우리들은 가끔 지나온 시간들을 무리하게 지우곤 하는데, 몬티의 일은 그렇듯 누군가의 인생이 잘못 편집됐을 때 잘린 필름을 찾아 배달해주고 재편집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인 듯 했다.


진감독은 원래 이 역으로 유덕화를 캐스팅해 놓고 있었단다. 그러나 덕화 오라버니께서 출연을 못하게 되신 관계로 급조달된 배우가 지진희. 지진희씨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덕화 오라버니께서 출연하셨다면... 이 수더분한 천사의 이미지가 나왔을까...? 아... 신파극의 변사같은 이미지가 됐을지도... 너무했나...? ^^;; 


영화를 볼 때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또한 열흘 전에 왕의 남자를 보고 왔었기 때문에 당분간 더이상 괜챦은 영화는 볼 수 없으리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나는 편안했다. 약간 공허한 것 같기도 하고 나른한 것 같기도 한.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새드 무비도 아니다. 사랑했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봄으로써 다시 사랑을 재완성 시킨다는 식의 식상한 구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 내는 이별도 있음을 가슴아프지만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편안했으리라. '봄날은 간다'에서 느낀 편안함과 비슷한가... -_-;; 


봄날은 간다와 비슷한 편안함... 은 취소... 봄날은 간다를 다시 가만히 돌아보니 결말은 역시 찝찝하고 짜증이 났더라는. 그래도 내는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 왜? 너무나 현실적이라서랄까. 


어쨌든 내게는 '왕의 남자'보다 더 여운이 남고 좋은 영화로 기억되었다. 개인 차이기는 하지만 '왕의 남자'는 인물들의 감정선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 불편했던 작품이었다. (아, 오해는 말았으면. 왕의 남자는 분명 재미있고 멋진 작품이었다.)


또한 물랑루즈나 시카고와 비교했을 때,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가 아니었기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 너무나 화려해서 혼을 쑥 빼놓는 그들과는 달리 조금은 서툴고 허접하지만 그래서 편안했던 'Perhaps Love' 


DVD가 나오면 하나 사 둘까 한다. 진가신 감독... '첨밀밀'은 너무나 싫어했던 작품이었는데... -_-;; 다시 보면 또다른 부분을 느끼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부정적.


https://tv.kakao.com/v/895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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