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 데뷔초 미모와 연기력을 자랑한 '하늘재 살인사건'
'하늘재 살인사건'. 요즘 무슨 살인사건 하는 드라마가 하도 많은 데다 MBC 단편 드라마라 별생각 없이 패스했었는데 대어였다... 어찌 이런 드라마가... 영상미와 내용, 신예 연기자들까지!
이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다. 엄마와 여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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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감독이 마더와 여자의 경계를 아들의 눈으로 보고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딸의 눈으로 엄마와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두 작품 다 외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개와 결말은 완전히 다르다.
소년은 처음엔 어른인 그녀에게 보호받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여인은 처음엔 자신이 돌봐주어야할 존재로 소년을 인식했지만 어느새 소년은 자신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어른이 되도 힘든 건 힘들더라구요."
소년은 어른이 되어 어른인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이해는 연민으로, 연민에서 사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사랑을 거부당하자 비뚤어진 집착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헤어지지 말아요..."
비뚤어진 것은 어디로든 비어져 나오게 마련이다. 전쟁통에 갑자기 부양자로서의 삶을 짊어지면서 여자로서의 삶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엄마에게 소년은 남자가 되어 다가왔다.
게다가 남자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당당히 고백하는 자신의 딸. 그 젊음과 당당함에 질투하듯 남자가 사 준 코티분을 감추고 남몰래 발라보는 여인.
그리고 그들은 하늘재로 소풍을 떠난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은 찰나였고 비뚤어진 것은 끝내 비극을 불러왔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도 남편도 없었다. 다만 엄마의 모습을 한 소녀와 남편의 모습을 한 소년이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또래에 맞게 사랑이라는 불장난을 했다. 난 그들의 사랑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난 어른이 되었다."
작품의 모티브는 드라마 중에도 나오지만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지 싶다. 다만 마지막 딸의 저 대사가 안타까운 것은 작가가 아직 젊거나, 혹은 '막장 드라마'로 치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인가도 싶다.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내가 혼자된 엄마의 나이가 되어 보니 알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부양자라는 역할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도.
때문에 여자로 있으려는 엄마에게 동조할 순 없지만 결코 침은 뱉을 수 없다.
아무튼 간만에 수작을 만났다. 내용도 영상도 환상이었지만 특히나 드라마를 잘 이끌어 준 배우들에게 찬탄을! 문소리 씨야 말할 것도 없지만 남주인 신예 서강준 씨! 아직 21살이라는 데, 연기도 잘하는데! 얼굴까지 잘 생겼다! 크흑. 신은 역시 공평하지 않은 것이야...
남주 아역인 성유빈도 마찬가지. 언제 저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딸 역의 이세영 씨도 이제는 성인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어른이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이게 내 눈에 안 띄었으면 되었는데... 1950년대 배경에 1970년대 이후에 생산된 베레타가 웬 말이냔... ㅠㅠ 차라리 콜트로 해 주지... 암만 봐도 베레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