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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Aug 27.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소회(5)

애자...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꿋꿋한 신파를 위한 신파...



2009.9.10.덕천 프리머스


야간 수업을 끝내고 오밤중 11시에 덕천 프리머스까지 달려간 것은 이 영화를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나는 울었다. 각오를 하고 손수건과 티슈를 준비해 갔지만 정작 영화관 안에 들고가지 않아 애꿎은 친구 티슈를 축냈다.


실컨 울고는 나왔지만 정작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평점 7.5!""였다.


같이 간 내 친구, 의아해했다.

"어? 윽수로 짜네. 닌 더 줄줄 알았다."


1. 엄마와 딸, 필연적 애증관계. 그런데...


이 영화에 끌렸던 이유는 예고편에 보인 엄마와 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딸들... 특히 큰딸들은 공감하겠지만 사춘기 즈음 엄마에게 애증을 느끼게 되었으리라. 엄마도 같은 여자이면서 왜 몰라주는가. 왜 남편과 남자 형제들에게는 한없이 작아지면서 내겐 왜이리 크게 굴려 하는가. 여자의 적은 여자가 맞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로 엄마처럼 안 살거라 맹세한다. 그러나 한번씩 흠짓흠짓 놀라게 된다. 자신의 모습에서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엄마들은 또 그런 것 같다. 내가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엄마들은 딸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신에게서 떠날 존재라 필연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그래서 소홀히 하다가도 문득 성장한 딸들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에 놀라며 애틋해 하다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한다며 독려한다. 그럴 때 딸들은 여지껏 관심도 보이지 않다 갑자기 왜 이러냐며 팩팩거린다. 그러면 엄마들은 섭섭한 마음에 못된 딸이라 말하게 된다. 같은 여자니까 이해해주겠지 했는데 하며...


이 애증관계는 엄마와 딸... 두 존재 중 어느 한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평행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미묘한 관계와 감정표현에 대한 묘사가 남자인 감독님께는 살짝 무리였던 듯 싶다. 엄마와 딸에 대한, 아니 여자에 대한 환상이 보였달까... 마지막이 너무 장식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대리 만족을 얻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삐딱한 내게는 마이너스가 되고 말았다.


2.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글쎄...


연기자들은 연기를 잘했다. 특히 엄마 영희역의 김영애씨는 마더의 김혜자씨와는 또다른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 그래서 차라리 제목을 엄마배역인 '영희'라 했으면 싶었다. 영화 제목은 '애자'였지만 영화는 애자의 삶보다 영희의 삶을 녹여내고 있었기에.


엄마와 딸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맞다. 그래서 엄마와 딸이 타격태격하는 모습이나 엄마의 투병생활과 그에 따른 주변인들의 생활모습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 애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 통통 튀는 배역은 최강희씨와 아주 잘 맞아 떨어졌지만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애자와 그 주변의 비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림으로써 영화가 산만해졌다.


3. 친절하지 않은 영화.


편집의 탓인지 영화가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없이 산만한 느낌이었다. 앞서도 썼지만 제목이 '애자'인 만큼 애자의 삶 안에 엄마의 이야기를 녹일 의도였던 듯 하나 주객이 전도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감독님께서는 안락사에 대한 문제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영화는... 산으로 갔다...


또 하나 개인적인 불만이 되고 만 것은 부산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가 부산 토박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영화 보는 내내 김영애씨와 의사샘역 한 분을 제외한 다른 분들의 부산말은... 눈물이 났다... -_-;; '친구'를 볼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디... 또 부산 사람들에 대한 너무 과장된 표현도... 쫌 거슬렸다... 맞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포인트는 잘 맞췄고 흐트러지지 않았기에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라 여겨진다. 현실이 팍팍하여 울고싶은데 울지 못하고 계신분들께 권해드린다. 한바탕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적절한 영화다. 딱 그만큼이다.


여담이지만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 부산 의료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어머니도 갑작스런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입원해 있던 병원이었다. 또한 지인들의 장레식이 잘 치러지던 곳이라 병원과 병실을 보며 괜히 더 가슴이 덜컹했었다. 게다가 극 중 애자의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죽는다. 필자의 아버지도 뺑소니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보다 더 울고 말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결혼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여동생과 어머니께 같이 가 보라고 티켓을 사 줄 요량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만두기로 했다. 어머니께는 보여드려선 안될 영화인 듯 하다...


https://tv.kakao.com/v/174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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