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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Oct 19.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소회(10)

더 테러 라이브 - 그의 원맨쇼로 살아난 영화

친구 덕에 보게 된 더 테러 라이브. 사실 하정우라는 배우가 맡는 일정 패턴의 배역에 조금 식상해 있었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그게 정답이었던 듯. 기대하지 않고 본 덕에 실망하지 않았고 재미가 더했다.



영화는 역시 예상대로 하정우 씨 원맨쇼였다. 일단 대본 자체가 원맨쇼를 위한 대본이었다. 윤영화라는 인물 이외 다른 모든 인물들을 배제해 버린 대본. 그래서 영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었고 내용 연결은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영화를 볼 때는 하정우라는 배우의 흡인력과 스피디하고 역동감 있는 장면 장면들로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 보고 리뷰를 쓰려하니 내용의 허접스러움이 새삼스럽다.


방송에 대한 지식, 권력구조와 그것을 근거로 한 암투, 감동의 포인트, 하다 못해 폭탄에 관한 지식까지. 시나리오의 구멍에 대해 지적하려면 끝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살린 것은 순전히 하정우라는 배우의 힘이라 여겨진다. 사실 패턴화 된 하정우 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하정우 씨가 아니면 샤프한 앵커에서 지질하게 목숨을 구걸하기까지 하는 그런 역을 누가 소화할까 싶기도 했다.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윤영화 뒤통수치는 역을 맡은 차대은 역의 이경영 씨였다. 영화를 위해서는 윤영화와 대립각을 이루고 사지로 몰아넣는 인물들의 마무리가 깔끔해야 했다고 여겨지는데 역의 중요성에 비해 가장 마무리가 허술했던 인물들이 바로 차대은과 박정민(전혜진) 역이었다.  



전혜진 씨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처음 보고 참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극계에서는 꽤 알려진 연기파이며 당시 이선균 씨의 연인이란 사실을 알고 매우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것도 보기 좋고.


영화 '키친'에서 그녀를 보며 좋은 작품에서 자주 봤으면 했었다. 앞으로 좀 더 비중 있는 역할로 그녀의 재량을 맘껏 뽐냈으면 좋겠다.


극 중 하정우 씨의 이혼한 전부인 이지수 역으로 나온 김소진 씨는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기자로 보일만큼 안정된 연기와 발음, 테러범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보인 임팩트 등으로 보아 괜찮은 연기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테러범 역의 이다윗 군. 더 테러에서의 사진이 없어 영화 '명왕성'의 사진으로 대체. 나중에 얼굴이 나왔을 때 보고 아~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도 본 적 있고 최근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도 봤던 얼굴.

나이에 비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잘 큰다면 류덕환 씨와 같은 연기자가 될지도. 이미지가 비슷하다.



그리고 테러범 목소리 역의 김대명 씨. 처음에 테러범의 목소리만 듣고 송새벽 씨라 생각하고 영화 보면서 폰으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김대명 씨가 나왔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최근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양석형 의사 역으로 인기몰이 중이신 분.





마지막으로 완전 사심으로 올리는 연기자 한 분. 윤영화와 라이벌 격 방송국의 앵커로 나오는 이상진 역의 최진호 씨. 이 분은 드라마 '유령'에서 처음 봤을 때 진짜 중국분인 줄 알았다. 그만큼 엄청난 내공의 연기력이 느껴졌다. 영화 '도가니'에서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던데 원작을 먼저 읽은 나는 영화로 재현될 원작의 장면들이 상상만으로도 역겹고 불편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난 후 친구의 감상평은 '씁쓸하다'였다. 테러의 발단이 된 사회의 부조리. 감독은 결국 속시원히 풀어주지 않았고, 감독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오히려 그 부조리를 영화의 상업성에 이용해 버린 듯한 느낌까지 준 것이 영화의 문제점인 듯하다. 


어쨌든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시나리오로 그 아이디어를 좀 더 살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결과만 이야기한다면... 썩 괜찮은 영화였다.


https://tv.kakao.com/v/5135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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