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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Dec 28. 2021

나를 또 울린 엄마의 답장

나는 참 못난 아들이다.

말썽을 부린 적은 없지만, 부모님께는 참 무심한 그런 아들이다.


그런 아들에게 부모님은 꾸준히 전화를 해주신다.

보고 싶다고, 목소리 들으려고 전화했다고,


며칠 전 전화에서 아빠는 엄마가 병원에서 우울증이 의심 간다고 했다고 전해줬다.

나는 "왜?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무심하게 말했고,

아빠는 괜찮으니 엄마에게라도 전화 좀 자주 해주라는 아빠의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잠에 드려 누운 새벽,

그제야 나는 내 삶에 대해서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고, 미래를 어떻게 계획할지를 그리고 있는데

나를 이렇게 만들어 준 부모님은 약해지고,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옳은 삶을 살아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뜬 눈으로 멍하니 누워있다 어머니께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까지 소홀해서 미안하다고,

부모님의 희생을 눈 감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나는 물었다. 내가 옳은 삶을 살아왔냐고

일찍 독립을 했던 것이, 일찍 결혼을 했던 것이

내가 부모님을 외롭게 만든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엄마는 나보다 더 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해하지 말라며,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내가 결혼한다고 말했을 때, 엄마 아빠는 늦게 결혼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일찍 결혼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적혀 있었다.


긴 장문의 메시지를 적으며 흘렸던 눈물 때문에

아침에도 부어있던 나는 그 답장을 보고 또 울었다.


내가 행복하면 부모님도 행복하실 것이라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내 삶도 버거워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챙기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며

더 힘든 삶을 살아오면서도 내가 우선이던 부모님을 나는 너무 방치했던 것만 같다.


나의 전화 한 통이 엄마에게는 병을 이기는 행복이었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잘하자, 나중에 후회할 걸 알면서 후회하는 짓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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