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난 일단 앞으로 간다!
처음으로 설레는 퇴근길을 맞이했던 그날 저녁,
나는 곧장 계획을 세우는데 돌입했다.
그것은 아무도, 꿈에도 모를 퇴사 계획...!
취업 전까지만 하려고 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이 일이 내 꿈으로 다가가는 계획의 첫 번째 단계가 됐다.
퇴사 후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학원을 안정적으로 다니려면, 최소한 6개월은 더 일을 해야 했다.
새벽 3시가 넘어갈 때까지 나는 계획을 세우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다.
보통은 퇴근 후 저녁 먹고 씻고 잠들기 바빴으나,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지 엔도르핀이 마구 돌았다.
마치 방학을 어떻게 사용할지 설레하며 계획을 세우고, 들떠서 잠에 쉽사리 들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나를 발견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중이었는데, 내 꿈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나니 하루하루 출근이 즐거웠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퇴사 후 좋아하는 걸 배우고 시도해 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이것쯤이야 쉽게 버틸 수 있었다.
첫 번째 단계가 마무리되기 세 달 전부터는 핸드폰에 디데이 앱을 다운로드하고, 출근길에 하루도 빠짐없이 디데이를 확인했다.
어제도 확인했기에 오늘이 며칠 남았는지 분명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매일 들여다봤다.
그렇게 설렘에 기분이 좋다가도, 가끔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뒷일 때문에 불안해지곤 했다.
그 불안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걱정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께 어떻게 이 결심을 전달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항상 믿어주시던 분들이라 혼자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게 두려웠다.
부모님은 세-네 달이 지나가니 취업이 어떻게 되어가나 궁금한 눈치셨으나, 뭐라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단지, 그 분위기를 읽은 나는 "상하반기 일정이 아직 안 나와서 그래~"라며 얼버무렸고,
그 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을 부모님은 내 얼버무림을 눈감아 주셨다.
'취업이 어려운가 보다'라고 생각하셨을 테지,
취업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셨을 것이기에,
후폭풍이 두려웠던 나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더더 쌓여갔다.
그러나, 이런저런 걱정들보다 나를 압도하고 있는 설렘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고,
'그럼에도 난 일단 앞으로 간다!'라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