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번 훑어보고,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쏟는 일이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왜 공부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생긴다. 점수와 성적표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면, 공부의 의미는 훨씬 넓어질 텐데 말이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새로운 관점을 넓혀가는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갖게 된 후에도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알아갈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부’를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단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 속의 지식은 생각을 확장시켜주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배우는 건 내 안의 틀을 허물어준다. 결국 끊임없이 배운다는 것은, 내 삶의 범위를 점점 넓히는 과정이다.
그런데 공부가 꼭 책상 앞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집 밖으로 나서는 용기가 더 큰 깨달음과 배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세상의 다양한 풍경과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책 속에서만 접하던 지식이 살아 움직인다. 머릿속에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개념이 현실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낯선 환경 속에서 마주치는 일상들이 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하지만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그 귀중한 경험들을 얻을 기회를 놓치기 쉽다. 한 발짝만 내딛으면 만날 수 있는 새로움인데도,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나가기 귀찮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미션을 하나씩 설정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책장을 쭉 훑어보는 것,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띈 책을 펼쳐보는 것, 카페 창가에 앉아 슬쩍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등 사소해 보이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발걸음이 쌓이다 보면 점차 더 과감한 도전을 해볼 수 있다. 낯선 길을 걸어보고, 혼자 여행을 떠나고, 관심 분야의 모임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평소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된다. 한 번 겪어본 일은 책에 쓰인 짧은 문장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늘 시험지 위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도, 우리의 호기심과 욕구는 계속해서 배움을 원하는 신호를 보낸다. 더 낫고 넓은 세상을 알고 싶기 때문에, 내 안에서 움츠리고 있던 열정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에 공부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집 안이 아닌, 집 밖 어디선가 이미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의 작은 나들이가, 내일의 큰 배움을 향한 문이 될 수 있다. 책 속의 세계와 마주할 수도 있고, 그동안 몰랐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왜 공부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 중 하나는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밖에 나가 직접 보는 것, 직접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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