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주는 명분, 그리고 그 너머의 한 걸음
공부가 주는 명분, 그리고 그 너머의 한 걸음
공부는 우리에게 더없이 편리하고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다. 공부라는 단어가 주는 명분은, 삶 속의 거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정당화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나, 지친 마음에 여행을 떠날 때, 친구들과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때에도 우리는 “그래,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스스로에게 쉽게 허락을 내린다. 이 명분 덕분에 불안과 부담을 덜어내고 하루하루의 순간을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명분이다. 공부라는 명분에만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한곳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우리는 공부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 안심한 채, 책상 앞에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뒤적이며 실질적인 발전과 진보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명분은 어쩌면 우리를 교묘히 속이면서 현실의 정체 상태를 가려주는 편안한 핑계로 작용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공부 중이니까 괜찮아"라는 자기 위안은 자칫 실제 성장과 변화를 지체시키는 위험한 늪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부가 주는 명분을 보다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정말 의미 있는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혹은 그저 편안한 변명거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안일한 명분의 그림자에 갇히지 않으려면, 가끔은 불편한 질문도 던져야 한다. “내가 지금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 공부가 나를 원하는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주는가?” 같은 질문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명분은 우리가 삶을 더욱 명료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명분은 어디까지나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결코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명분의 보호막을 넘어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실제로 나아가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공부가 주는 명분에 편히 기대는 대신, 명분 너머의 실제적 성과와 실천을 위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명분 자체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그 명분을 발판 삼아 원하는 지점까지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명분에 안주하는 순간, 발전은 멈추고 제자리에 서 있게 된다. 그러니 공부라는 명분을 적절히 활용하되, 그 너머에 있는 실제적 발전과 성취를 향해 끊임없이 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부가 진정으로 가진 가장 큰 힘이며,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