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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24

부모님을 당당히 보러 갈 수 있다

by DE

부모님을 당당히 보러 갈 수 있다

때때로 문득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묘하게 무거워진다. 나를 위해 긴 세월 묵묵히 헌신하고 응원해 오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믿고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 앞에 나는 당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금 공부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안의 무언가가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특별히 큰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꾸준히 책을 펴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당당해진다. 그 성실한 노력 덕분에 나는 부모님 앞에 서서 작은 미소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은 나의 성공보다도 내가 삶에서 의미를 찾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부모님께 떳떳한 자식이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그 떳떳함의 기준은 결코 거창한 결과나 명예로운 성과만이 아니다. 내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 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공부를 통해 나는 바로 그 일상의 당당함을 얻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내가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순간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을 만나 뵐 때, 주눅 들지 않고 고개를 들 수 있게 해 주는 그 작은 자신감. 그 자신감이야말로 공부가 나에게 주는 가장 값진 보상 중 하나다. 결과를 떠나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부모님 앞에서도 나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부담스러운 무게가 아닌 편안한 발걸음으로 바뀐다. 늘 걱정과 기대를 품고 계신 부모님께 그저 안부와 함께 나의 노력을 전할 수 있는 순간, 나는 공부가 내게 준 선물이 단지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진정한 당당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나는 공부를 통해 부모님과 나 사이를 잇는 진솔한 소통과 믿음의 다리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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