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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25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고 있었다

by DE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고 있었다


삶은 종종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더 빨리, 더 멀리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안하게 밀려들 때가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책상 앞에서 수많은 날과 밤을 보내다 보면,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라는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그렇게 불안해하며 지나왔던 길 위에 내가 세워 놓았던 작은 목표들이 어느새 손에 잡히는 지점에 와 있었다. ‘하루에 단어 몇 개씩 외우자’, ‘이 책을 끝까지 한 번 정독하자’, ‘이번 달 안에 꼭 마무리하자’와 같은 소박한 결심들이 모이고 모여, 나도 모르는 새 꽤 멀리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마치 긴 산책길에서 한 걸음씩 걷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는 순간처럼, 공부의 여정 역시 지나온 길을 돌이켜볼 때 진정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처음엔 그저 막막했던 목표가 이제는 손에 닿을 듯한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조금씩 쌓아 올린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그저 매일의 작은 일과에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내 진도가 얼마나 나아갔는지 미처 몰랐던 셈이다. 하지만 목표가 눈앞에 보일 만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부터는, 그동안의 노력이 비로소 의미 있는 형태로 내 앞에 선명히 드러난다.


물론 아직 내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걸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이 확신은 앞으로의 걸음을 더욱 힘차게 내딛게 만드는 든든한 원동력이 된다.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고 있었다는 이 깨달음 덕분에,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어 더 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멈춰 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긴 여정 중에도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지금까지 이뤄낸 작은 성취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고, ‘그래, 나 잘 해왔구나’ 하는 뿌듯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공부의 진정한 보람은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자체보다도, 목표에 다가가는 여정 속에서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에 더욱 빛나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이 길을 걷기를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진심으로 칭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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