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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26

가만히 있자니 불안해서

by DE

가만히 있자니 불안해서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귀찮아서일 수도 있으며, 혹은 정말 쉬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이유 모를 불안이 자라난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슬며시 마음을 휘젓기 시작한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불안은 너무나 익숙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남들은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 무언가 더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압박감. 그것들이 나를 조급하게 몰아붙이고, 결국 쉬려고 앉아 있던 몸은 자연스럽게 다시 책상 앞으로, 다시 책 앞으로 향하게 된다.


공부라는 활동은 바로 그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 되곤 한다. 사실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단숨에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한 마음의 작은 한 조각은 진정되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던 시간이 의미 없는 휴식이나 방황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였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불안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방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만히 있어야만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이 생산성과 효율이라는 관념이 깊게 박혀 있어,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결국 우리는 자신을 위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서 다시 책을 펼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선택하는 순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되면, 처음에는 불안에 떠밀려 시작했더라도, 어느새 다시금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조금씩 지식이 쌓이고,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끼면서 불안은 어느새 잦아들고 의미 있는 몰입이 시작된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를 무의미한 정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이끌어 가는 작은 경고음일 수 있다. 그 불안을 무조건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연스러운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움직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가끔 찾아오는 이 불안조차도,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기 위한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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