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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33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by DE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 공부가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심과 불안감이다. 목표가 눈앞에 선명히 보이지 않을 때, 혹은 너무 멀리 느껴질 때, 그 막막함이 두려움이라는 형태로 내 마음을 휘젓곤 한다.


그런 두려움은 종종 내가 선택한 이 길을 흔들어 놓으려 한다. 어쩌면 남들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지나치게 크게 반응하게 되고, 이 모든 노력들이 결국 헛된 게 아닐까 하는 우울한 의심이 자꾸만 생겨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은 진지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모든 중요한 도전과 변화 앞에는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두려움 없이 무작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품고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게 진정한 용기다.


그러므로 두려움이 밀려들 때, 그것을 억지로 지워 버리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두렵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숨길 필요도 없다.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인정하면서, 그 뒤에 숨겨진 내 진짜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렵다”는 감정 뒤에는 언제나 “그래도 잘하고 싶다”, “그래도 끝까지 해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마주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그 두려움이 내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내가 지금껏 해온 모든 일이 소중하고, 앞으로의 과정이 내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두려움을 통해 나는 나의 약함과 불안정함을 인정하고, 동시에 나의 목표와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두려운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이란,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 될 수도 있다. 두렵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더 깊이 생각하며 나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결국, 두려움을 마주하며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 감정조차도 나의 성장을 돕는 값진 경험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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