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기쁘고 보람된 날도 있지만, 때로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날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애써도 모든 날이 행복하고 뿌듯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전의 나는 그 사실을 잘 몰랐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공부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 오랜만에 가까운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한참을 보지 못했던 친구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친구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맞이했다. 커피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문득 친구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요즘은 정말 노력한다고 열심히 하는데도 행복하지가 않아.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도 얼마 전에 너랑 똑같은 고민을 했었어.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을 가고 있고, 열심히 사는데 왜 자꾸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지 답답했거든.”
의외였다. 늘 밝고 긍정적이었던 친구가 그런 고민을 했었다니 말이다. 친구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 사람은 원래 매일 행복할 순 없는 거야. 때론 우울하고 지치고, 또 때로는 외롭고 힘들기도 하지. 그런 날들이 있는 게 너무 당연한데, 왜 항상 행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지 않은 날조차도 충분히 자연스러운 내 일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나 역시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루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니며, 슬픈 날이나 지치는 날이 있어도 그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신기하게도,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오히려 마음이 더 가벼워졌고,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줄었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행복하지 않은 날이 있어야만, 진정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 기쁨이 더 빛난다는 사실을 친구 덕분에 배웠다.
지금도 가끔 우울한 날이나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친구가 해줬던 말을 떠올린다.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날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맞이할 힘을 얻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나는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