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계산 그만하고 그냥 좀 하자

by DE

언젠가 시험을 준비하던 때였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과 교재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다.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따지며 시간을 허비했다. ‘오늘 이만큼 하면 목표에 가까워질까?’, ’이걸 공부하면 다음 시험 점수가 얼마나 오를까?’라는 계산들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정작 공부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이미 지쳐버리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그런 모습이 스스로도 너무 답답해서, 결국 아무 계산도 하지 않고 무작정 책 한 권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계획도, 목표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이걸 하면 효율적일지, 오늘 몇 페이지를 봐야 하는지 계산하지 않고 시작하는 공부는 어색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의 계산을 접어두고 그저 한 단어, 한 문장씩 집중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계산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고, 그날의 공부는 그 어느 때보다 진도도 빠르고 집중도 잘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혼자 웃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그동안 왜 그렇게 머릿속 계산에 집착했던 걸까?’


공부할 때뿐만 아니라 삶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하는 계산들은 때로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든다. 완벽한 계획, 명확한 계산은 좋아 보이지만, 가끔은 오히려 더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준다. 모든 일을 계산하고 따지고 예상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만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산이나 계획이 아니라, 바로 ‘그냥 하는 것’이다. 시작이 서툴고 불안정하더라도 일단 행동하면, 예상치 못했던 몰입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 끝없이 따지고 계산하는 일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계산은 그만하고, 그냥 좀 하자.’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계산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작은 변화는 내 공부 방식뿐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일들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머릿속의 계산 그만하고 그냥 좀 하자고. 그렇게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그동안 망설이던 시간들이 줄어들고, 내가 원하는 결과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확실히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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