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다면 일단 책을 펴라

by DE

몇 년 전,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며 매일 아침을 무겁게 맞이하던 때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는 걱정과 고민들이 쌓여 올라왔고, 계획표를 머릿속에 그리며 계산만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 침대에 누워 불안과 싸우다 보면, 어느새 아침 시간이 흐르고 결국 아무것도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하게 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스스로를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침마다 해야 할 공부량과 계획을 머릿속에서 미리 계산하다 보니, 막상 시작도 하기 전에 에너지를 다 써버렸던 것이다. 그때 나는 습관 하나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일어났다면 일단 책부터 펴자.”


처음 며칠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이불 속에서의 유혹이 강했고, 책상 앞까지 가는 몇 걸음조차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기 시작하니 조금씩 무언가가 달라졌다. 그저 가볍게 책을 펴서, 한 페이지라도 읽다 보면 서서히 머리가 맑아졌고, 침대에서 느꼈던 무거운 불안감도 점차 옅어졌다.


놀라운 것은 그런 간단한 습관 하나가 내 일상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어나자마자 책을 펴는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망설이거나 미루는 대신, 단순히 책을 펴는 그 행동 하나만으로 하루의 시작이 더 쉬워지고 분명해졌다. 아침마다 찾아오던 불안함과 압박감은 점점 사라졌고, 자신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습관이 익숙해질수록, 나는 침대에 누워 걱정하며 허비하던 시간들을 이제는 실제로 공부하고 성장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일단 책을 펴고 시작하면 그 다음은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성취들이 쌓이며 하루를 더욱 보람차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확신한다. 때로 우리는 복잡한 계획과 완벽한 준비를 찾으며 스스로의 발목을 잡곤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계획이 아니라, 결국 아주 간단한 첫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이불 속에서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불안해 하지 말고, 일단 책부터 펴자. 책 한 장을 넘기는 그 작은 행동이 하루를 바꾸고, 나아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이 바로 오늘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다. 오늘도 일어났다면, 일단 책을 펴자. 그렇게 펼친 책장 위에서, 내가 바라던 결과와 목표가 조금씩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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