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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다.

by 이정봉 변호사


1.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다. ‘엔트로피’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뒤를 돌아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깨우쳐 준 것을 다시 거슬러 실천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운명입니다.


그렇게 후회와 아쉬움을 뒤로하며,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세상은 부조리하고 슬픈듯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라는 공동체에서 발생된 일들로,


'조각난 마음들', '흩어진 생각들'이 도처를 떠돕니다. 한 곳에 있되, 모두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행복한 집안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집안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카레니나'의 첫구절이 떠오릅니다.



2. 공감의 본 모습, 그리운 '보통'


사람의 뇌 속에는 '거울뉴런'이 있습니다. 이로써, '공감'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본성이 되어, 뇌속 회로도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공감력'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같이 느낍니다. '은율(silver rule)과 황금율(golden rule)'로 일컬어지는 '도덕의 기본법칙'은 바로 이러한 '공감력'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공감의 본성이 '선택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장대익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공감의 반경'이라고 표현합니다. '끼리끼리의 공감', 내집단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공감이 오히려 '사회갈등과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양극'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이 그립습니다. 정치에서도, 법적 판단에서도, 경제적 상황에서도, '균형과 보통'이 그 지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보통'은 '보통'이 아니어가고, 오히려 희귀한 모습처럼 여겨집니다.


3. 'Common sense'


문득, '상식'이 그리워집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실핏줄들 마다 마다 신선한 피가 통하고 맥이 뛸 수 있도록, 상식에 기반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인류 역사이래 이루어 온 지혜와 통찰들이, 그 지극한 상식들이, 우리들 마음 속에서 멀어지기 전에 다시금 붙잡고 싶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맹목적 믿음'과 '주관적 신념'이 아니라, '의심과 회의'에 기반한 '과학적 방법론'이 '일들'의 판단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정답이 없듯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보다 적절한지를 찾아가는 '협의의 과정'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억상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기를 소망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움이 없고, 미래는 오래됨 속에서 '변주'될 뿐입니다.


4. 다시, '교양'(artes liberales) 사회를 희망하며...


'자유인의 학문'이 보다 존중 받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어쩌면, 교양이 홀대되고, '뾰족한' 전문 지식이 각광받는 전지구적 현상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문성'은, 자유인의 학문을 연마한 영혼들이,


그 바탕 위에서 지녀야 할 '기예'일 것입니다.


그래야 위험하지 않고, 위태롭지 않고,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중심을 잡을 것입니다.


'다치바나 다카하시', '야마구치 슈' 등의 일본 지식인들도 일본 사회의 교양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한탄하며 서글퍼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합니까?


새해에는, '상식'과 '교양'으로 공감하는 '보통의 날들‘이 당신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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