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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ming Odyssey Mar 07. 2024

P2W 게임에 관한 생각

유저의 부담과 피로를 가중하는 Pay to Win 시스템

나는 P2W 게임을 싫어한다. 비디오 게임에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싫다기보다, 유저에게 결핍과 비교를 강제하여 지갑을 열도록 몰아가는 게임사의 의도가 싫다. 과금 요소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여 유저의 성장을 돕는 듯하지만, 본질은 과금으로 갈리는 유저 간의 격차와 비교 심리를 철저하게 의도하여 세계를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게임사는 내가 게임하는 내내 과금을 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하며, 그런 밀당인지 기 싸움인지 모를 신경전에서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당장 눈앞의 벽을 넘기 위해 과금을 해도 그 순간만 짜릿하지, 이내 또 다른 벽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옵션이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과금을 해도, 레벨이 높아지거나 몬스터가 강해지면 더욱 좋은 무기가 필요해질 시기는 반드시 온다. 타 유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과금을 해도, 같은 목적으로 나보다 현질을 많이 한 유저는 얼마든지 널렸다.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과금은 끝이 없다. 게임사는 '그쯤 질렀으면 됐어'라는 과금 액수의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는다. 한 번 과금했는데 두 번이 어려울까. 10만 원을 썼는데 20만 원이 어려울까. 과금은 또 다른 과금을 합리화한다. 돈을 쓰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찝찝함이 남는다면 불필요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있는 과금러가 거침없이 돈을 쓰고 대가를 얻는 행위는 당연히 존중하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시간이나 기회를 산다는 자유 시장의 개념을 부정하지 않는다. 본인 돈으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는데, 그걸 내가 감히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내가 어지간한 과금 따위는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이 되더라도 그런 게임을 즐기긴 힘들 것 같다. '결핍-노력-극복'이라는 게임의 핵심적인 경험 과정에서 노력의 자리를 돈이 대체한다면 끝에서 만나야 할 성취감은 설 자리를 잃는다. 돈으로 뭔가를 쉽게 해결하는 건 현실로 족하다.

모든 과금이 싫은 건 아니다. 영리하면서 건전한 과금 요소도 많다. 잘 꾸며진 캐릭터 스킨은 유저 간의 수치적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는 괜찮은 과금 대상이다. 예쁜 스킨을 착용한 유저와 무과금 유저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게임이 좋다.

지속적인 게임 운영을 위한 과금 유도와 유저의 과금 스트레스 완화, 이 둘 사이에서 적정선을 잘 유지하는 게임이 오랫동안 많은 유저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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