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번 한다. 겨울 샤워를 앞둔 나는 비장하다. 30년도 더 된 구옥주택이 혹부리 영감 마냥 겨울철 냉기를 한가득 모아두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관건이다. 나만의 샤워 미션이 시작된다.
선수 입장!
머릿속에 흐르는 긴박한 노래. 빠빠빠빠 빠~빠 빠빠빠빠 빠~ 옷을 하나씩 벗을 때마다 온몸에 닭살이 퍼진다. 견뎌내고 어서 샤워를 시작해야 한다. 추위에 대항하려 무의식적으로 온몸에 바짝 힘을 준다. 배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의도치 않은 코어운동을 한다. 덕분에 아직까지 뱃살이 없다. 뜨거운 물줄기에 수증기가 가득 찼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를 틈에서 들어오는 냉기의 공격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마무리를 하고 옷을 빠르게 입고 결승문을 통과한다. 성공입니다! 오늘도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 뿌듯한 순간, 만족의 숨을 내쉰다.
겨울 샤워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지만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이게 겨울이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 나만의 방식으로 겨울 샤워를 즐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