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직 그럴 시간이 아닌데도 창 밖이 밝아 문을 열어보니 밤 사이 한바탕 눈이 쌓여있었다.
“와-! “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감탄할만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오랜만에 쌓인 눈은 깨끗한 고요함과 따뜻한 평온함을 주었다.
평소보다 출근 준비를 일찍 마치고 밖을 나섰다. 복슬복슬하게 쌓인 눈 위에 손가락을 찍어 둥글게 그림을 그려본다. 눈 속에 파묻힌 한 마디가 빨갛게 닳아 오른다. 카메라를 켜고 이곳저곳을 살폈다. 언제 다시 쌓일지 모를 모습을 가득 찍어 놓는다. 손도 핸드폰도 꽁꽁 얼고 있지만 기분만큼은 뜨겁다.
거리를 다니는 차들은 저마다의 눈 가면을 쓰고 있다. 마치 눈의 가면무도회 마냥 누가 더 멋있게 눈을 쌓아두었나를 뽐내는 듯하다.
같은 하루가 다르게 읽히는 아침이다. 누군가에겐 치워야 할 고역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예기치 못한 축제일 것이다. 손 끝은 시리지만 기분은 내내 따뜻했다. 나의 하루가 내가 정한 시선의 온도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것이라면, 나는 그저 오늘의 축제를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