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에 잔뜩 긴장이 들어갔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심호흡을 하고, 괜히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처음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
나는 오늘 퇴사를 말하려 한다.
변화를 앞둔 두려움 때문인지, 익숙해진 편안함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 무거운 감정들을 눌러내고 나는 나를 위해서 떠나야 한다.
사실 이곳에서 꽤 일을 잘 해냈다. 회사가 원하는 모습과 나의 타고난 기질이 잘 맞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친절하게 사람들을 맞이했고, 성실하게 일을 해내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회사는 만족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계속해서 가만히,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 이유를 찾아 나서야 했다.
길고 긴 나와의 대화 끝에 도달한 결론.
유능함에도 결이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여러 개의 유능함 중에 지금 쓰이고 있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유능함을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유능함이 발현시킨 감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것은 타고난 기질이라 행하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어떤 것은 긴장되지만 가슴 벅찬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유능함은 나에게 성취감을 주지 못했다. 어떠한 긴장감도 변화도 성장도 없는 그런 상태. 누군가는 ‘개꿀!‘이라고 외칠만한 것이 나에겐 꿀이 아닌 독이 되어버린 상태. 나를 고여있게 만들고 무가치하게 만드는 그런 곳.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이번 퇴사가 유독 긴장이 되었던 이유는 내가 나아가야 할 가치의 방향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느낀 설렘 때문이었나 보다.
여러 번의 퇴사를 거치며 나는 나의 무기들을 가지고 어디로 어떻게 향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단번에 찾았을 길이지만, 누군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찾아 나아갈 수 있다. 비효율적이고 낭비로 보일 시간들. 그러나 나를 이해하는데 서툴렀던 내겐 필연적이었던 시간. 꼬불꼬불 돌아오긴 했지만 그 길을 걸어온 이유가 있었음을 이젠 안다. 이번에 선택한 길도 최종 목적지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또 몇 번의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내가 발견한 새로운 길을 걸어가 볼 것이다. 이제는 나를 흐르게 하는 방법을 조금 알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