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렌즈를 샀다.
시력이 나쁘지만 안경을 쓰고 다니지 않았다. 흐릿하게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흐릿한 시선이 흐릿한 일상을 만들었고, 순간을 선명하게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놓치고 있었다.
사실은 마주 볼 용기가 없는 겁쟁이었던 것이다.
외면하던 것을 제대로 마주 볼 용기를 가지기로 했다.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렌즈를 샀다. 세상을 마주 볼 첫 번째 용기로 나는 오늘 렌즈를 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