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세상에 남기는 나의 발자취

-오늘의 발자취

by 미니수니

아침마다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싫어서 최근에 알람 소리를 바꿨다. 과연 내가 이걸 듣고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런 문제 없이 일어났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고민 없이 늘 입던 대로 비슷한 옷을 걸쳐 입었다. 나의 출근 준비는 늘 간단하게 끝난다.


집에서의 준비가 끝나면 나머지는 기다리면 해결되는 시간들 뿐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다시 지하철을 기다리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메일을 기다린다. 놀랍도록 평화롭고 잔잔한 나날들이다. 그리고 지독하게 반복되는 나날들이다.


항상 나의 자리라고 해서 앉아있지만, 늘 빌려온 것만 같은 자리에, 메일함에 메일은 넘쳐흐르지만 정작 나의 안부를 묻는 메일은 없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일하지만 내가 보냈던 하루 속에는 정작 나를 위해 일한 시간은 없다.


퇴근 후 밀려드는 허한 심정에 버스를 타지 않고 다시 돌아 평소에 눈여겨보던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녹차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야경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트북을 켰다. 전부 남의 것 같았던 나의 하루에 내 것이라고 부를만한 작은 행위가 필요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오늘 내가 보낸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었다는 작은 행위라도 만들겠다고 기세 좋게 들어갔던 때와는 달리 빈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식어버려 제맛을 못 내는 녹차 라테처럼 볼품없어졌다.


카페에서는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그리움, 후회, 사랑이 담긴 노래가 흘러넘치고 있었고, 녹차라테는 차가웠으며, 나는 여전히 내 것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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