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쓰는 삶

-돌려줄 땐 돌려주더라도 감정만은 내 것으로 남겨야지

by 미니수니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과의 인연은 어디선가 빌려온 것과 마찬가지니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더불어 자신이 살아가는 삶도 잠시 머물다 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실제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라 인상 깊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빌려온 걸로 표현하자면, 나는 차라리 빌려 쓸 바에야 그냥 빌리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할 사람들뿐이라면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아껴주고, 적당히 슬퍼하다가 보내주면 그만이지 않을까. 나는 그들을 웃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만큼 아량이 넓지는 않은 듯하다.


인연뿐만 아니라 내 것 하나 없이 전부 빌려 써야 하는 삶이라면,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었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것들 중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많은 사람 중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많은 동물 중 묘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볼품없이 차갑게 식어 버릴 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따뜻한 녹차라떼만을 주문한다.


어차피 내가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것들뿐인 세상이라면, 차라리 후회 없이 도전도 해보고, 싸워도 보고, 사랑도 하면서 내 마음에다가 담아두려 한다. 돌려줄 때 주더라도 마음만은 내 것으로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게 말이다.


속 좁은 나는 이렇게라도 해서 내 것을 챙기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이 말한 '빌려쓰는 삶'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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