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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Dec 21. 2022

삶은 외로운 감자


하루 한 가지씩 나를 칭찬해 보련다. 자기의 좋은 점을 한 가지씩 발견한다는 것은 본인에게 자신감을 주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여태껏 나를 모르고 살아온 시간이었다. 인생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건 자기를 발견하는 일이다. 자기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을 즐기는지 깨닫는 과정이다. 또 무엇을 바라며 그리워하는 게 뭔지, 마음을 자극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철저히 외로워지고 자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내야만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작은 깨달음이다.



가족을 위해 애쓰는 시간 속에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수많은 책임감이 있다. 짊어지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벗어던지고선 훌훌 떠나면 그만인 것을 가장이라는 짐을 졌기 때문에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상황은 같다. 어깨에 내려앉은 삶의 무게가 다르 듯 누구나 감당해야 할 짐이 있다. 살면서 겪어야 되는 과정이라 여기며 많은 의미와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한다. 어쩌면 거쳐야 할 시간이 다를 뿐 누구나  한 번씩 지나가야 하는 길목일 수 있다.



나이들 수록 혼자임을 느낀다고 한다. 친구도 가족도 다 떠나고 홀로 남아서 견뎌야 하는 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살아내야 할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자신에게로 집중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사람은 자기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처럼 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다른 이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옷 정리를 할 때 새로운 것을 사기만 하면 채울 수 없으니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혼자라를 것은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마주함이 있어야만 나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바탕으로 남을 바라볼 수 있다.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온전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랑할 때는 보고 있어도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어도 늘 그립고 보고 싶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가족이 있어도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도 혼자서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자기를 알고 깨닫는 것, 이것은 외로운 감정과는 다른 것이다. 나로 바로 서는 것, 자기를 잘 컨트롤하고 어떤 상태인지 섬세하게 자신을 이끌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때론 이런 마음이 외로울 수 있다. 온전히 남에게 의지하거나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혼자를 꿈꾼다. 남편도 자식도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혼자인 나. 그런 나와 더 친하게 지내련다.



삶은 외로운 감자란다. 누구의 손에서 어떤 손길로 다듬고 요리하냐에 따라 삶은 감자도 뇨끼, 샐러드, 떡, 빵, 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요리로 만들어지는 것은 오직 우리의 마음 상태일 것이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결정만 하면 만들어 내면 될 터, 그 안에 겪는 과정은 그저 요리로 만들어지는 순간이지 결과물이 아니다. 오로지 내가 썰어서 익히고 요리하는 순간을 즐기듯 그렇게 내가 만들어진다. 작은 칭찬이라는 한 가지가 나를 변화시킬지는 알 수 없다. 하나 나는 이것도 도전해 보련다. 감사, 행복, 감정의 일기를 모두 백일씩 써 내려갔다. 이제는 나를 칭찬하는 시간을 가져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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