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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an 17. 2023

남편 생일엔 연어초밥을 해요.


오늘 남편 생신이다. 아이들도 모이는 주일이라 모처럼 연어를 많이 시켰다. 이번 주에 생연어 베이글 수업이 있어서 평소보다 1.5k가 더 다. 아침 일찍 일어나 냉장고로 옮겨 둔 한우를 꺼내 썰고 밤새 불려 둔 기장 미역을 씻어서 미역국을 만들었다. 어제  둔 시금치나물이 신선하게 밥상으로 다가왔다.


오후에 냄비밥을 해 단촛물로 양념을 하고 손가락 마냥 작게 뭉쳐서 고추냉이를 올려 연어를 둘렀다. 연어는 미리 잘 손질해서 얇게 회칼로 떠놓았기에 큰 접시 가득 준비한 회가 넉넉했다. 1K 이상을 미리 썰어 둔 덕에 초밥을 만들기 쉬웠다. 역시 입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무섭다. 그 많던 쌀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큰 접시에 쌓아 둔 연어와 초밥의 행방을 모를 일이다.

딸이 사 온 투썸 케이크는 생크림에 딸기가 올려져 있었다. 역시 딸기 철이라 그런지 달달한 딸기가 입맛을 자극한다. 남편은 아침엔 자기 생일도 잊으셨단다. 우리 집은 모두 양력을 사용하나 남편만큼은 음력을 쓰니 매년 생일을 챙기기엔 날짜 감각이 서툴다. 우리 때야 양력을 생일로 쓰는 경우가 많아 굳이 음력 생일을 보내는 집안이 아니라면 보통은 매년 같은 날을 보내지만 남편은 설 1주일 전이라 어려서부터 챙김을 받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남편은 자기 생일도 매년 잊고 살 때가 많다. 이제야 챙김을 받는 입장이라 전보다 더 자주 돌아오는 기념일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이때만큼은 식구가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으로 배 불리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작년 코로나가 기승일 때 아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연수를 했기에 특별히 떨어져 지내진 않았었다. 올핸 모두 집 떠난 자식들이 돌아온 기분이 이럴까. 밥 먹는 식구食口라 하지 않나. 같이 밥 먹는 사이. 살기 힘든 시대라면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게 무섭도록 힘들고 하루 세끼 챙기기 어려운 시대였겠지만 지금은 먹거리가 넘치고 온갖 배달음식이 홍수인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게 일상이던 시대가 그리울 줄이야. 갓 끓여 낸 된장찌개며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아이들과 같이 나누던 밥상이 그리워진다.


우리 집은 각자의 취향이 뚜렷해서인지 '뭐 먹을까'하면 꼭 집어서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과 식구 입맛을 그렇게 길들였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메뉴를 알려준다는 것은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메뉴 선택권을 넘겨주는 일이니까. 작은 선택이라도 직접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는 것은 존중해 주는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왔다. 대부분 수용하고 이해하며 할 수 있으면 뭐든지 들어주었다. 실상 나도 그게 더 편했다. 만약 새우초밥이나 장어초밥, 계란초밥 등을 떠올렸다면 손이 더 많이 갔을 것이다. 뭔가 요리를 하고 재료를 다듬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간편하게 연어로 통일해 주니 그저 고맙다고 할까. 오래간만에 오메가 3가 풍성한 생선을 양껏 먹고 기름진 식사를 했다. 모두 만족했는지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하자고 해서 마지막으로 드립 백으로 커피를 내렸다. 마무리까지 아름답게 말이다. 엄마 한 접시 가져다 드렸더니 저녁을 대신하셨다. 남편 생일에 모두 만족하는 식사였다. 


강원 산간엔 눈이 많이 내려 아직도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다. 여긴 아침나절에 눈이 펑펑 오더니 다 녹고 싸리 눈이 좀 내리다 말았다. 그게 다였다. 당분간 추운 겨울 날씨가 된다고 하니 단단히 준비하고 나서야겠다. 역시나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알싸한 고추냉이 맛 같은 추위에 코 끝이 찡해지는 그런 날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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