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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an 20. 2023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


새해가 된다는 것은 나이가 한 살 더 들어간다는 거다. 새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나를 재 정비하는 시간과 계획을 세우게 된다. 헌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마음일 테니까. 며칠 상간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새해가 된다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매년 세우 던 계획도 올해는 구체적으로 노트에 적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엄마의 입원으로 그럴 짬이 없기도 했지만 올해만큼은 마음 닿는 대로 열심히 살아볼 요량이었다.


어느 해 열심을 내지 않은 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나를 사랑하고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지 않나.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 한다. 어느새 나도 나 자신에게 울리는 소리를 듣고 하늘의 부르심을 받는 나이 아니던가.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롭기도 하고 때론 더 큰 짐과 압박이 나를 구속하기도 한다. 그런 나이에 접어드니 전과 같이 순응하는 삶 또한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붉게 토해내는 해를 맞이하고 차고 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해를 기다리련다. 깨끗한 떡국 한 그릇에 올려진 노랑 하양 지단 채와 고기 한 점으로, 정갈하게 썬 김치에 톡 쏘는 시원함을 가진 물김치로 한 상 둘러앉아 아침을 먹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어졌다. 특별하지 않으나 다른 날과 같지 않은, 하얀 가래떡처럼 맑은 시간을 맞이하고픈 마음이다. 올 한 해 한 상 잘 차려진 밥상에 나를 잘 대접하는 한 해가 길, 소복하게 내려앉은 그리운 추억처럼 돌아보는 한 해 보내길 바라본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익어가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정작 무거움 때문에 숙이고, 사람은 머리가 무거워질수록 한해 한해 어깨가 숙여지지 않던가. 나이가 거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 나이에 알맞게 사고하고 행동하라 주어지는 가격표 같은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땐 상품에 맞는 금액을 지불한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낸 시간은 거기에 딱 맞는 가격으로 나이가 주어지는 것이다.


살면서 모두 같은 환경과 사건 사고를 겪는 것은 아니나 자기에게 알맞은 시간과 역할이 주어지면 우린 잘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그게 어떤 모습과 얼굴로 돌아올지언정 우린 살아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연륜이라는 열매를 얻고 가격에 맞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일 테지. 올 한 해 열심을 내어 살아보자. 그리고 나를 대하는 태도를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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