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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an 26. 2023

내 마음은 호수


내 마음은 호수다. 돌을 던지면 잔잔한 파동이 일고 누군가 노 저어 오길 간절하게 바람이다. 가끔 휘몰아치는 한파에 얼음이 얼고 뜨거운 햇살엔 밝게 타오르며 아침의 태양과 저녁나절의 석양에 물들이는 호수다. 미끼를 물어 찌를 꿰어 늘어트릴 수도 있고 많은 자양분과 가득 찬 물고기가 유유히 휘몰아칠 수 있는, 흐르는 바람에도 파동이 일고 물결칠 수 있다. 그런 내 마음이 호수 같은 시절이다.


매일의 일상과 잔잔함, 때론 날씨의 변덕까지도 받아줘야 되는 나날들. 하늘이 맑고 청아한 하루였으나 시베리아로부터 내려오는 기압으로 인해 꽁꽁 언 하루였다. 공사로 보일러를 만졌는데 마무리를 바로 안 해서 고드름이 달리고 누수가 되는 그런 날. 하필 이럴 때 딸은 일본을 간다고 짐을 픽업해 달라는데 폭설이 예고되는 날이다.

온몸으로 햇살을 막고 고기들을 보호하고 풀들을 자라게 하며 누군가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하는 호수에 내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 깊기도 하고 푸르름이 만개하는, 수액을 맘껏 머금고 분출할 수 있는 풍성하고 깊고 고요한 호수다.


나는 모든 것을 품을 수도 있는 한편 받아들일 여력도 있다. 내리는 빗물과 쏟아지는 눈발과 우박도 묵묵히 포용할 수 있다. 뜨거운 열기 위로 작열하는 태양을 머금을 수도 있고 매일같이 내리쬐는 햇살을 품을 수도 있다. 한없이 깊음으로 빠질 수 있고 때론 마른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으며 자갈과 세상의 모든 무용한 것들이 내 안에 함께한다. 온갖 쓰레기와 오수에 빠져 있다가 휘몰아치는 태풍을 맞이하고는 그새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는 나다.

추운 하루, 손발이 오그라들고 마음이 냉장고 보다 더 찬 날씨에 빠진 하루다. 그런 날 내 마음을 데우기 위해 손을 호호 불기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 물 한 모금도 필요하다. 그러나 허기진 몸과 빈속으로 인해 더욱 쓰리고 아픈 바람을 맞고 있다. 이런 날 뜨끈한 국물이라도 한 국자 떠서 마시면 좋으련만 오늘따라 끓여 놓은 국도 없고 마실 기력도 남아있지 않다. 간절히 원하는 것들은 뭐든지 내게 이뤄졌는데 찬바람만 가득한 시절에 난 뭘 생각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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