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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Feb 11. 2023

새로운 인연을 매일 만납니다.


날이 많이 풀렸다. 낮 기온이 7℃라고 해서 가벼운 코트와 얇은 니트를 입고 나갔다. 누군 날은 풀렸으나 바람이 차다고 했다. 센터의 교실은 오븐 때문인지 훈훈하며 따뜻했고 훈풍 때문인지 살짝 답답함을 느꼈다. 앞으로 몇 번 꽃샘추위가 지나가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것이다.


두꺼운 옷과 안 입는 옷들을 정리 마음이 들었다. 겨울옷은 부피는 크고 개수는 많아도 매번 입지 않는 옷들이 많으니 살 땐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장 크기를 키울 수 없으니 어쩌랴.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기존 것을 덜어내야 하니 인생사 모두 같지 않은가. 새사람 좋은 인연이 되려면 낡은 인연, 좋지 않은 사이를 덜어내고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싱크대나 냉장고 정리도 같은 이치겠다. 먹지 않는 낡은 음식들을 덜어내야 공간도 생기고 건강도 지키며 새로운 음식을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느새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니 흘러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람의 인연도 그렇다. 평생을 같이 가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알수록 수수께끼 같은 인연도 있다. 깊이 알수록 진국이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으나 어떤 이는 악취를 풍기며 멀리하게끔 만드는 인연도 있다. 오래 볼수록 빛나는 인연이 주위에 많다면 복 받은 사람이다. 아마도 그는 그런 사람 일 확률이 높을 테니까.


매번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사람이 귀함을 알려준다. 우리 나이가 되면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게 있으니 그게 사람인 거 같다. 몇 번 대화를 하지 않아도 오래 알아가지 않아도 말과 인상을 보면 대략 알게 된다. 사람에게는 향내가 난다. 자기가 가진 고귀한 품성이 있다. 꽃 시장에 가면 귀한 꽃일수록 값이 비싸고 오래 보관 가능하며 자기의 고유 특성이 있다. 남과 다른 향이 있던지 자태가 있고 화려함과 수수함 고귀함을 다 갖추고 있다. 비단 꽃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털털하고 순수한 면을 보이는 분이 있는가 하면 똑 부러진 이미지도 있고 고상함을 갖춘 분도 있다. 드러나는 분위기에 따라 천의 얼굴과 만난다. 처음 이미지와 다르게 알수록 빠져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불편한 사람이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귀하고 알수록 신기한가 보다.


다른 이들을 보며 매일 배운다. 태도와 말투, 자세와 상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을 닮아가고픈 마음이 있어서다. 조금이라도 날마다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의미가 더 퇴색될 것이다. 날마다 새로움을 맛보고 새 인연을 만나 보고 듣고 지내는 것은 큰 복이다.


요즘 센터에 남성분들의 발길이 잦다. 전 같으면 연세 든 분이거나 퇴직을 앞둔, 이미 퇴직한 분들일 텐데 요즘엔 바뀌었다. 가끔 취미로 오거나 여유가 있는 분도 있지만 목적을 가지고 오는 분, 말하지 않아도 조기 퇴직하신 분도 가끔 보인다. 처음 빵을 배운다는 수강생 한 분은 자녀가 초등 3학년이 된단다. 빵과 샌드위치를 자녀가 좋아하냐고 물으니 이 시간만 기다린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오늘 만든 것도 얼른 맛보라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보니 사랑은 그런 건가 보다. 여자들만 가족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남자들의 사랑도 신선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돌아가는 뒷모습에 몽글몽글한 아지랑이 같은 마음이 솟아났다.


다양성은 사람 마음뿐이 아닌 것 같다. 세월은 흘러가면서 여러 물줄기와 만나고 섞이고 휘몰아치면서 부딪히는 곳에 웅덩이나 흐름도 만들어 놓듯이 그런 시류에 따라 흘러가게 두는 것이 시간이요 나이 아닐까. 오늘도 이런 시류에 동참하며 좋은 사람과 만나고 즐거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난 정말 복 받았다. 사람이 돈만 쫒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다. 반죽을 만지는 기분 좋은 일을 하며 예쁜 제품이 오븐에서 익어 나올 때 가지는 특별함을 사랑한다. 거기다 좋은 사람과 매번 만나는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행운 일 것이다. 난 오늘도 행복한 여자요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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