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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r 02. 2023

3월 꽃이 한창입니다.

꽃을 보며 느끼는 생각들


3월에 접어든 집안에 꽃이 한창이다. 지난주엔 엄마의 생신과 딸의 졸업식, 조카의 입학식이 모두 같이 있었다. 신랑이 코랄색 튤립을 동생네가 작은 꽃다발을 안겨드려서 엄마네도 꽃밭이고 동생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난 딸의 졸업식에 하얀 버터플라이와 꽃분홍의 알스트로메리아 꽃다발을 준비해 갔다. 꽃말처럼 이름처럼 꿈 찾아 훨훨 날아가라는 의미도 있었다. 화사하기가 이를 데 없어 하양과 분홍의 꽃이 어우러져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게 좋았다. 검은색 가운에 화사한 꽃분홍과 하양이 어우러진 풍성한 꽃다발을 친구들이 부러워했나 보다. 내가 봐도 정말 우아하고 딸의 립스틱 색상도 꽃색과 잘 어울려서 예뻤다. 딸의 졸업식엔 우리 가족 모두와 동생네가 참여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북적이는 가족 축제였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서 뷰 좋은 카페 가서 차 마시고 디저트 먹으며 건네는 덕담이 있었다. 딸과 아들의 탁월한 선택 때문에 우리는 운전하는 수고만 하면 되니 좋은 구경은 덤이었다. 언덕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맛난 커피와 빵을 먹는 맛이라니. 하늘은 맑고 춥지도 않으니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한 발자국씩 다가오고 있었다. 성큼 봄을 불러온 것 같았다.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딸은 동생과 올케에게 축하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화를 돌렸다. 이제는 더 이상 기가 아니었다. 며칠 뒤 친구들에게 색다른 꽃다발과 선물 받는 것을 보니 '꽃 같은 시간이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틀 뒤 조카가 입학을 했다. 국외서 학교를 다니고 이른 입학과 11학년 제를 졸업해 신입생들보다 어리다. 아직 만 17세인 조카는 애기 티가 좔좔 흐른다. 외국은 등하교에 고등학생이라도 부모의 케어가 있어야 하고 한국처럼 혼자일 새가 없다. 살면서 한 번도 떨어져 보지 않던 가족이 조카를 기숙사에 남겨놓고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가까운 유럽이나 우크라이나 대학을 갔을 것이다. 유럽은 대학 등록금 대신 생활비만 있으면 되니 전쟁이 가족을 모두 본국으로 불러들이게 된 셈이다. 결국 조카의 입학으로 가족이 나뉘게 니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진 걸까. 먼 이국의 전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사는 우리가 겪어야 될 나비효과일까.


동생네가 모두 딸의 졸업식에 동원되었기에 라넌큘러스 코랄색과 연분홍 장미로 꽃다발을 맞춰서 갔다. 꽃순이를 자처했기에 곱게 스커트 정장에 코트를 차려입고서 한껏 멋을 내고 갔다. 식구들 모두 꽃다발이 맘에 들었는지 환한 얼굴로 좋아했다. 라넌 큘러스는 300겹의 꽃잎으로 이뤄졌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이라 필수록 환하게 봉오리가 커지면서 벌어져 오래도록 볼 수 있다. 매력이란 꽃말처럼 조카도 원하는 것을 담뿍 얻는 시간이길 바라본다.


바람이 많이 불고 교정엔 따스한 햇살이 비취는 그런 날이었다. 올케도 조카도 꽃이 이뻐서 한참을 좋아했다. 만족하는 것을 보니 보람이 있었다. 역시 작은 것도 반응해 주고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은 일종의 배려다. 올케의 배려와 상대를 향한 반응은 어쩌면 몸에 밴 것이다. 조그만 것을 통해 본질을 꿰뚫고 내용을 끄집어내서 칭찬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커다란 장점이다. 그런 것을 보고자란 조카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둘이 아바타 같다고 할까.


사진을 찍고 보니 옷 태가 우리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약간 유럽 필 감성이 있다. 사진을 찍고 바로 인스타며 트위터에 올리니 전 세계 친구들의 답장이 이어진다. 참 세상 좁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우크라이나 학생들과 친구들이 보고 몇 분도 안 돼 답글과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보니 국제 학생인 게 바로 표시가 난다.


날은 좋고 가족들과 이렇게 시간 보내는 것도 이제 한 달여 남았다. 4월이면 동생네는 조카를 놓고선 우크라이나로 떠난다. 살면서 딸을 두고서 처음 떨어져 보는 이별일 것이다. 마음 쓰이기도 하지만 한편 성장해 갈 조카의 미래가 궁금하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양국의 마중물이 되길 바라보며 앞날에 좋은 기운이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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