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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r 20. 2023

'강 건너 봄이 오듯'


강북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햇살은 따뜻해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고 노란 산수유가 고개를 내밀었다. 유달리 밝은 해님이 고개를 들이민 아침에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려한 전주에 이어 소프라노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이 흘러나오는데 찬란한 날씨 때문이었을까. 봄날이 내게 들어온 순간이었다.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으나 창밖에선 밝은 기운이 밀려들고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들로,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꽃들이 활짝 피지도 않았고 마음에 봄빛이 물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내 코앞에 스치는 바람에도 향기가 스며있었나 보다. 며칠 동안 이상 기온으로 달리던 날씨도 시샘을 했는지 다시 옷깃을 부여잡게 하고 넣어두었던 두꺼운 겉옷을 꺼내게 한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씩 밀려드는 기운은 떨쳐낼 수 없었을 것이다.


기분 좋게 달리던 하늘에  파란 자국을 남기고 하얀 구름이 몰려왔다가는 사라지고 있었다. 프리마돈나의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를 이끌었나. 저 멀리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듯한 소리가 날씨와 함께 내 마음을 흔들었다. 모르겠다. 왜 그 순간 울컥했는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구르는 낙엽에 까르르 넘어가는 시기도 아니었건만 왜 그랬을까.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고 굳이 말해볼까.


운전할 땐 음악을 맘껏 틀어 놓고 달린다. 평소 집에서 듣던 것과는 다르게 혼자 있는 공간에선 더 크게 다가온다. 내 플레이 리스트엔 계절별로 성악과 클래식, 가곡을 담아두고 그때그때 내용을 추가하거나 이런 곡도 있었다며 듣고 있다. 그때의 감정이나 시절, 노동요로써 기능을 다하고 있으니 내 리스트는 그런 역할이다. 물론 나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때론 동반자나 친구처럼 나를 위로하곤 한다.


한동안 봄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가곡을 들으며 저 멀리 강 건너 봄이 오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바라고 기다릴 것이다. 이미 내 안에 들어온 봄을 한 자락 음악에 빗대어 달래 보련다.



강 건너 봄이 오듯 - 임긍수 작곡, 송길자 시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 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 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물 흐르듯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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