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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Apr 22. 2023

답을 찾아가는 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동생의 보이스 톡을 받았다. 지난주 화요일 출발해서 부다페스트를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육로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도착해서 육로로 이동한다는 톡을 받았을 뿐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2400km라는 긴 레이스라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지구가 글로벌화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해도 전쟁 중인 나라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무모하고 기막힌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길을 동생네가 가고 있다.



걱정 말라는 톡 한 줄에 아직까지 들어가지 못했고 이동 중인가 보다 짐작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낮 외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보이스 톡을 통해 연락이 왔다. 육로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해서 영사와 대사를 만나고 구제를 위해 면담을 한다고 한다. 도와야 할 것과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우크라이나 서쪽은 그나마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심하지 않아 괜찮았고 동쪽이나 수도 키이우 쪽은 심한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2주 일정으로 도착을 예상했었는데 고생하지 않았냐고 하니 길을 안내하는 앱이 있어서 힘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 와중에도 서로 소식을 올려주고 사라진 다리와 도로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나 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가(물론 우린 테슬라를 더 많이 알고 있지만) 무상으로 위성인터넷을 제공해 러시아가 파괴한 통신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국민들이 서로 연락도 하고 군인은 작전도 수행해 페이스북, 구글을 통해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데 이용되었다. 공습이 일어나면 2차 세계 대전 영화처럼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들은 참호나 지하에 피신해 있다가 다시 나온다고 한다. 아직까지 전시상황이라 안전하지는 않지만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더 이상 없다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끝에 나도 이제는 젊지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무모하게 무리하지 않겠다 뜻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될까. 이십 대 후반 결혼을 하고 선교지로 나가서 이십여 년이 넘게 지냈어도 여전히 젊은 선교사 축에 속하니 고참이라도 언제까지나 나이는 막내일 테고 선교사의 나이가 육십 대 이상이라 그럴 것이다. 수많은 세월 속에 몸을 사리고 열심을 내지 않았다면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엄마가 걱정할까 별말하지 말라 던 부탁을 뒤로하고 짧은 통화를 마쳤다.


멀리 나가서 보니 더 아리고 짠함이 있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길에 도움을 준 손길엔 그간 씨앗을 뿌렸던 인연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를 인연은 그렇게 도움의 손길로 돌아오고 있으니 앞일은 모르는 거다. 드네 프로 페트로브스키는 키이우에서 남동쪽으로 더 나가야 하는 길이니 수도에서 8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국경과도 더 가깝고 입국 허락 동네가 아니라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삶의 기반과 교회가 그곳에 있다.


종일 가슴에 썰물이 빠져나간 양 비어서 바람이 분다. 우중충 한 날 들은 소식은 내 마음을 쉬지 못하게 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 듯 마음에 서늘함이 더해간다. 어찌 전시상황을 안정적이라 할 수 있으며 사이렌이라도 울리면 마음이 불안해 떨리고 힘들 텐데 폭격과 포화 속 우리가 봐온 영화의 한 장면인 양, 마치 2차 대전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할 것이다. 사람 사는 게 여러 모양이 있지만 전쟁으로 자기 터를 버리고 떠나는 마당에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는 마음이 어떠할까? 삶의 바닥을 지나 일상의 터전을 찾아가는 길이 마치 험지를 알고 들어가는데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삶은 아닐지.


여러 삶을 통해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돌아본다. 자기 내면을 향한 진실함과 결국엔 궁금함으로 다가가야 하는 게 사람이라면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들 답을 찾는 게 인생이 아닐까 만은 역시나 정답은 자기만이 들을 수 있는 숙제일 듯싶다. 나라면 지금의 상황도 어렵고 힘들어 손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어찌어찌 시간을 연명하는 입장에선 부끄러울 수밖에. 오늘도 난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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